하루종일 젖먹이 아기와 씨름하다가 지쳐 식사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을 때, 남편이 한 상 차려놓고 깨운다면, 그보다 행복한 아내가 있을까? 그것도 아무렇게나 차린 밥상이 아니라 맛과 정성이 듬뿍 담긴 식탁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상을 차린 신세대 남편이 있다. USC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4년 차 남편 이철희(28)씨.
만만치 않은 요리실력을 발휘해 아내 김수영씨와 자신을 위해 특별히 쇠고기와 야채를 면과 같이 넣어 볶아 만드는 볶음국수를 준비했다.
유학 시절 한식을 먹어야 한 끼를 제대로 먹은 것 같은 완전 토종 식성 때문에 직접 요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젠 취미 삼아 요리를 즐기게 됐다는 이씨의 요리 경력은 올해로 10년 째. 그 중 볶음국수는 이씨의 단골메뉴다.
전날 저녁 장만해온 야채를 미리 씻고 다듬어 깔끔하게 재료 준비를 해두어서 거창한 요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집에 있는 남은 재료를 이용하거나 마켓에서 파는 냉동야채 한 봉지를 사다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일품요리’라고 소개했다.
우선 커다란 웍(Wok, 아마존 닷 컴에서 이씨가 직접 온라인으로 구입한 것)을 센 불에 달군 뒤 오일을 한 번 두르고 고기를 볶다가 익으면 야채를 넣고 물도 약간 부은 다음 볶는다.
야채는 단단한 것부터 넣어야 돼요. 브로콜리, 당근, 줄기콩, 양파, 피망, 숙주, 파 순으로 볶고 면은 일본 마켓에서 구입한 마루짱 야끼소바용 면을 삶아서 볶은 고기, 야채를 한꺼번에 넣고 면봉지에 들어 있는 소스를 사용해서 버무리면 되요
30분도 되지 않아 볶음국수 완성. 요리를 하는 동안 계속되는 질문에 집중력이 방해를 받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음식이 완성되고 난 후 답하겠다고 말문을 막던 이씨는 식탁에 앉자마자 드디어 결혼하기 전 자취를 할 때 함께 살았던 여동생에게 요리를 배웠다며 자신의 요리 역사를 늘어놨다.
한식메뉴 중에서 이씨가 가장 잘하는 요리는 청국장. 대학 기숙사에서도 청국장 냄새를 솔솔 피워 지나가던 한인 유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추수감사절에는 터키를 직접 구워서 파티를 열기도 했고 재미 삼아 빵 반죽부터 타핑까지 8시간에 걸쳐 홈 메이드 피자를 만들어봤다는 이씨는 마당이 넓은 주택에서 야외용 그릴을 놓고 친구들을 초대해 지글지글 볶는 소리와 연기를 내며 폼 나게 요리다운 요리를 해보는 게 목표라고 웃었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여기 계시지 않아 아내가 6개월 된 딸 재인이를 혼자 키우느라 고생이 많아요. 음식 솜씨야 아내가 훨씬 좋지만 아이 보기가 정말 힘들잖아요. 요리라도 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거죠 일등 남편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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