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가장 각별한 정을 가진 신을 꼽는다면 단연 프로메테우스이다. 티탄족 이아페토스의 아들인 프로메테우스는 천상에 있는 것 보다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인간들과 어울려 놀며 가축 기르는 법도 가르치고, 집짓는 법, 배 만드는 법, 항해술, 산술 등을 가르쳤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과 이렇게 호흡을 같이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신들만이 존재하던 세상에서 진흙을 빚어 신의 형상을 본 따 최초로 인간을 만든 신이 바로 프로메테우스라는 설이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아마도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들에 대한 애틋한 정 때문에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그 사이에서 소위 ‘경계인’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런 그가 결정적으로 인간 쪽으로 기운 사건이 있었다. 바로 불 도난 사건이었다.
인간들에게 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불을 훔치는 모반을 감행하고 만다. 어느 날 그는 제우스의 신전 부엌에서 향나무 심지에 불을 붙인 후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에게 골고루 불씨를 나눠주었다.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산에 쇠사슬로 묶게 하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모진 형벌을 내렸다.
어떤 초자연적 존재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었다는 많은 신화·전설 중의 하나이다. 불은 고대인들에게 신비의 대상이자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요소였다. 그래서 불을 신성시하고 불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신앙이 세계 여러 민족들에 퍼져있다.
불을 숭배하는 대표적인 종교는 조로아스터교, 즉 배화교와 힌두교. 인도 신화에 나오는 아그니, 이란에서 숭배하는 아타르가 모두 불의 신이다.
우리 민족의 무속신앙에 등장하는 부뚜막 신, 즉 조왕신도 비슷한 예. 부엌의 아궁이 불이나 대장간의 불을 숭배하는 풍습은 아메리카 인디언, 몽골의 유목민, 아프리카의 도곤족 등 세계 각지의 민족들에게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삶이 동물의 삶과 분리돼 문명세계로 접어드는 계기가 불의 사용이고 보면 고대문명에서 불 숭배 신앙이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목숨 건 모험으로 인간에게 전해준 불이 지금 남가주 산야를 뒤덮은 지 며칠 째다. 수십년 주택 적금 부으며 지켜오던 삶의 터전들이 불의 혀가 닿은 순간 한줌의 재로 변하고 만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힘이란 얼마나 미미한가”를 새삼 깨우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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