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사를 했다. 이삿짐센터를 불러서 그런 대로 무사히 이사는 마쳤지만 왠지 개운치 않은 느낌을 꽤 오래 간직해야만 했다. 당초 전화로만 이삿짐 비용 견적을 받은 상태여서 이사당일 비용이 어느 정도 인상될 것은 미리 각오하고 있었다. 또 한인업체는 현찰거래를 요구하기 때문에 봉사료(Tip)까지 감안해 지불대금도 현찰로 준비해두었다.
이삿짐 쌀 시간도 부족했고 이미 오전에는 다른 집이 사전 예약돼 있어서 여유 있게 오후 2시로 예약했다. 하지만 이사당일 이삿짐 센터 직원들은 무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했고 이후 팀장과의 거래가 시작됐다.
예상대로 이사비용은 견적보다 더 높았지만 이해할만한 인상폭이어서 흔쾌히 응했다. 하지만 곧 이어 제시된 거래는 좀 달랐다. 오전 이삿짐 처리 후 점심도 못 먹었으니 점심값과 팁(Tip)을 합쳐 일인당 20달러씩, 60달러를 별도 지불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오후 예약시간이었기에 점심은 먹고 올 것이라 예상했고, 또 주변인들의 조언을 근거로 일인당 팁 10달러씩 예상하고 있었기에 순간 조금 당황했다. 팁 액수의 많고 적음보다는 팁 얼마를 내놓으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태도가 왠지 불쾌했다.
혹시 요구를 거절하면 이삿짐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결국 달라는 대로 고스란히 계산해주었지만 팀장이 같이 온 라틴계 종업원들에게 팁과 점심값을 공평히 전달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스럽다.
영영 사전을 찾아보면 분명 `팁(Tip)’은 의무가 아닌(Beyond obligation), 자발적으로(Voluntarily) 손님이 종업원에게 건네는 일종의 증여(Gift)로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서비스 제공자는 당연히 팁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손님도 당연히 줘야 하는 의무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팁은 분명 손님이 지닌 권리인 것이다.
올 초 모처럼 떠났던 여행길에서도 한인 관광가이드는 일행에게 일인당 하루 10달러씩, 3일간의 봉사료 30달러를 미리 지불해 달라며 첫날 저녁 모두 수거해갔다. 이처럼 한인사회에서는 서비스 제공자가 팁 액수를 정해 손님에게 요구하는 풍토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서비스가 나쁘더라도 팁을 주지 않은 손님은 거의 없다. 어차피, 그리고 당연히 줄 팁이라면 손님도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주고 싶어 줄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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