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배우 원 빈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혀 비슷한 데가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지만 한가지 숨은 공통점이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어 보급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공로자들이라는 점이다.
‘원 빈’은 한류로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 중국, 일본, 타이완, 베트남 등지로 불어닥친 한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태평양 건너 미국내 이들 커뮤니티로까지 불어닥친 지 오래다.
2-3년전 원 빈이 출연해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가을 동화’가 대표적인 예. 고교생 남매를 둔 K씨 가정의 경우, ‘가을 동화’ DVD 한 장으로 한동안 생색을 냈다. 영어 자막이 붙은 DVD를 중국계, 일본계는 물론, 백인 등 아이들의 친구들이 저마다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기에 한국 드라마나 가요를 접하면서 생긴 한국 문화에 대한 친숙함이 종종 한국어 배우기로 연결된다는 것이 각 대학 한국어 담당 교육자들의 관찰이다. 미국 내 대학중 한국학과가 활발하기로 유명한 UCLA의 손성옥 교수에 의하면 한국의 젊은 가수, 배우들에 대한 타민족 학생들의 호감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초급반 교실에 들어가 보면 타민족 학생들이 배용준, 송승헌, 원빈 같은 배우이름이며, 핑클, G.O.D. 같은 가수 이름을 줄줄 외워요. 한국어학과가 처음 생겼을 때와 비교하면 참 많이 변했지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초급 한국어 수강생중 한인과 타민족 학생의 구성비율. UCLA에 처음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지난 80년대 후반의 경우 초급반 학생들 중 타민족은 10% 정도. 90%는 어려서 미국에 이민 온 한인 학생들이었다. 반면 지금은 한인학생과 타민족 학생들이 반반을 차지한다.
한류가 풀뿌리 한국어 인구 확대에 기여를 했다면 북핵 사태를 상징하는 ‘김정일’은 한국어 교육에 대한 미국정부의 관심을 한 단계 높인 공로자.
9.11 테러 사태이후 국방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3개 언어를 지원하는 데 그중 하나가 한국어이다. 다른 두 언어는 아랍어와 중국어. 김정일의 벼랑 끝 외교가 지속되는 한, 그래서 북미간 긴장이 가라앉지 않는 한 한국어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어 보급의 측면에서는 좋은 계기이지만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진다니 씁쓸한 기분도 없지 않다.
<권정희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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