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한 한인이 며칠 전 서울에 사는 죽마고우로부터 거의 1년만에 e메일을 받았다. 친구는 ‘자이밴’이라는 처방약이 필요한데 서울에서는 구할 수 없으니 미국에서 알아봐 달라고 했다.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이 약이 금연보조제로 효험이 있다는 얘기가 서울에 퍼지면서 담배를 끊으려는 애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토록 힘든 금연을 시도해 보겠다는 친구의 부탁에 이 한인은 즉시 ‘자이밴 구하기’에 돌입했다.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한 뒤 처방전을 받았고 약국에 연락을 해 보험처리 여부를 문의했다. 그런데 한 병에 100달러가 넘는 ‘자이밴’은 보험커버가 안 된다고 했다.
약사는 ‘자이밴’은 금연 보조제의 성격이 강해 보험처리가 안 되지만 같은 회사 제품이고 동일한 성분이면서 이름만 다른 ‘웰부트린’은 순수한 항우울제이므로 커버가 된다고 귀띔해 주었다. 결국 이 한인은 ‘웰부트린’ 한 병 주문해 서울로 급히 우송했다.
보험을 남용한 데 대한 ‘죄의식’이 심사를 다소 불편하게 하긴 했지만, 멀리 있는 친구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한 간곡한 청을 물리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한인은 담배를 끊는 일도 국경을 초월한 이슈란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세계화의 목록에 담배도 한자리 차지할 만하다는 것이다.
금연 못지 않게, 끽연도 태평양을 넘나드는 이슈가 됐다. ‘담배의 세계화’가 어엿한 세계화의 한 형태로 자리 매김 해가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자는 한 애연가는 담배 값이 날개 달린 듯 치솟는데도 금연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 고민 중 담배를 한결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는 ‘낭보’를 접했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담배를 주문하면 한국에서 염가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보로’ 8갑에 우송료를 포함해 12달러60센트로 갑 당 1달러를 살짝 넘으니, 갑 당 4달러 정도 하는 이곳 시가에 비해 엄청나게 싼 것이다.
한국서 ‘에스 라이트’를 시가의 절반 가격에 저렴하게 구입한 이 한인은 에스 라이트는 한 번에 최고 15갑으로 우송이 제한돼 있고 도착하는 데 2~3주가 소요돼 아예 30갑을 선 주문하면 때맞춰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흡연량이 늘지는 않았다며 주머니 사정을 염려하며 담배를 피는 주위에 이 ‘고급 정보’를 전해 주었단다.
금연, 끽연도 효율성과 경제성을 외면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21세기를 지배하는 세계화의 대열에 발을 들여놓는다. ‘담배 에피소드’가 이 시대의 키워드인 ‘세계화’의 위력을 새삼 확인해주는 듯하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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