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우리 가족은 5건의 교통사고를 겪었다. 그리고 이들 사건 중 단 한 건도 우리 잘못이 아니었다. 모두 상대방의 과실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5건 모두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자동차 보험은 고사하고 운전면허증도 갖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5건 중 2건은 사고를 내고 그냥 가버린 뺑소니였다.
사우스 게이트에 사는 한 주민은 불법체류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는 파손된 우리 가족의 차는 도대체 어떻게 수리해 줄 것인가. 디덕터블(본인 부담분)은 누가 내줄 것인가하고 반문했다. 실제 당해보지 않고서 탁상공론만 늘어놓는 사람들에 대한 일침이다.
그래도 합법체류자에게만 부여되는 운전면허증을 불체자에게까지 허용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며 준법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더욱이 테러와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만에 하나 테러범이 운전면허증을 갖게 되면 미국 땅을 누비며 국민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란 우려가 보태져 있다.
현재 불법체류 신분이지만 운전면허증을 받게 되면 당당하게 운전하면서 성실히 일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적지 않은 불체자들에겐 꼬여 가는 상황이다. LA의 한 주민은 테러범들은 맘만 먹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고 말 것이다. 테러를 계획한 사람들이 운전면허증을 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며 테러를 경계하기 위한다는 명분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수많은 불체자들의 생활고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맞받았다.
38년 동안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는 롱비치의 한 시민권자는 최근 정부가 느닷없이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조소했다. 내가 차량국에 갔을 때 단 한번도 합법체류 신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며 중요한 것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교통규칙을 숙지하고 운전할 만한 시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레이 데이비스 전 주지사가 서명한 ‘불체자 운전면허법’은 조만간 무효화할 전망이다. 주 상원에 이어 하원 소위원회도 이 법 폐기안에 동의했고 내주 하원이 동조하면 시행 전에 사문화 된다. 다행히 슈워제네거가 신원조회 의무화를 조건으로 불체자 운전면허 취득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고 이를 골자로 한 법안이 내년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낙담할 일만은 아니다.
헌데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놓고 시작된 ‘면허증 공방’이, 이민자 권익옹호단체들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새해 벽두부터 이민자와 비이민자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둔갑할 조짐이다. 이민자라고 해서 모두 ‘불체자 면허증 허용’에 찬동하지 않고 비이민자라고 해서 모두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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