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의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 경우가 어떻든 그리 좋은 그림은 못된다. 눈물이라는 건 남자, 더구나 장년의 남자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는 그러면 어떻게 우는가. 가슴으로 운다고 한다. 남자란 감정을 극도로 절제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슴으로 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행가 구절 같지만.
정치인이 눈물을 보인다. 이건 치명타가 되기 쉽다. 잘 나가던 대권후보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인다. 그 순간 내리막길이다.
결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약자로 보여서다. 눈물을 보인다고 위로를 받는 게 아니다. 언론의 표적이 되고 가차없는 공격의 대상이 된다.
과거 적지 않은 정치 유망주들이 중도 탈락했다. 눈물 탓이다.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자기연민의 허점을 보였다. 순간 모든 것을 망친 것이다.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건 미국 정치의 불문율이다.
부시가 그런데 눈물을 보였다. 추수감사절 날 극비리에 부시는 이라크를 방문했다. 그리고 600여 미군 장병 앞이 섰다. 뜻밖에 나타난 대통령. 깜짝 놀라 환호하는 미군 장병들.
그들 앞에 선 부시는 미소와 함께 조크부터 던졌다. 입은 웃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 모습이 감사절 날 미 전국에 그대로 방영됐다.
눈물어린 이라크 기습 방문. 정치 쇼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까.
1991년 6월 어느 날. 그 날에도 부시는 울었다. 이 부시는 다름 아닌 W 부시의 아버지 부시다.
아버지 부시는 한 공개모임에서 걸프전 수행결정 과정을 이야기하게 됐다. 젊은이들을 죽어야 할지도 모르는 곳에 보내야만 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눈물의 기도를 드려왔다고 말했다.
순간 눈에 이슬이 맺혔다. 결국은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이 것 잡을 수 없이 흘러내려서다.
그런데 언론의 공격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논평이 일부에서 나왔다. 그의 눈물은 걸프전 참전자에 대한 군 통수권자로서 최대의 경의 표시다.
눈물을 글썽이며 대통령이 장병들과 포옹한다. 그것도 미사일의 표적이 되기 쉬운 바그다드의 상공을 비행하는 모험 끝에 말이다.
정치적 쇼라면 쇼 일 것이다. 대통령이란 군 통수권자 이전에 정치인이니까. 그렇지만 감동의 쇼다. 눈물이 있어서 더 감동적인 쇼다.
눈물은 때로 모든 걸 말하는 것 같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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