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분할’의 위험한 발상
이라크는 정치, 문화, 심지어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태를 띠지만 ‘하나의 이라크’라는 정체성에는 이견이 없다. 이라크가 먼저이고 수니파니 시아파니 하는 것은 두 번째다. 쿠르드족들조차도 이라크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세계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80년 전 오토만 제국이 통치하던 3개 지역이 통합되면서 탄생한 이라크를 연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부의 시아파들이 오랜 세월 차별을 받아왔으며 쿠르드족들도 비슷한 처지를 경험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셋으로 바눈 뒤 현재 저항이 심한 수니파 지역에서 철수해 북부 쿠르드족 지역과 유전이 있는 남부 시아파 지역으로 옮기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에 이라크 주민들은 냉소적이다. 시아파 출신이지만 수니파와 결혼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고 바그다드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거의 절반씩 나뉘어 있는데 어떻게 분할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묻는다. 보스니아에서처럼 인종청소라도 할 작정이냐고 힐문한다.
이라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상당수 국가가 이런 경로로 수립됐고, 이라크에 인종이 많아 복잡하다고 하지만 가까운 이란만 해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단일국가로 살고 있다. 1917년 영국군이 바그다드에 진입했을 때 그들은 이라크 국민들이 결코 단합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3년 뒤 수니파와 시아파가 뭉쳐 민중봉기를 일으키자 수천명의 영국군을 희생하고서야 겨우 진압했다.
이라크에서는 내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소외돼 온 시아파라고 해서 수니파를 죽이려 들지 않는다. 이라크는 오래된 나라이며 다인종, 다종교 사회에 익숙해져 있다. 특정한 인종이나 커뮤니티에 대한 폭력은 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것이지 이라크 주민들의 민중운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의 호메이니도 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힘든 싸움을 했다. 같은 시아파 교도인데도 이라크 주민들은 이란과 맞서 싸웠다. 그런데 미국은 조기 총선을 통해 주권을 이라크인들에게 이양하라는 시아파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미국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정부를 구성하고 싶어서다. 그러나 이라크의 민족주의에 반하는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앤드류 콕번/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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