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에 매각키로 합의한 퍼시픽 유니온은행(PUB)은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PUB의 전신인 가주외환은행(CKB)은 LA 한인은행의 모태역할을 해왔다.
지난 1974년 자본금 300만달러로 한국외환은행의 LA 현지법인으로 미주 한인사회에 처음으로 문을 연후 2000년 8월1일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PUB로 이름을 바꿨으며 지난 4월 그간 한국 본점에서 파견하던 행장을 현지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택해 본격적인 현지화 체제로 타 은행과의 경쟁력을 갖추려고 했다.
그러나 본점인 한국외환은행이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되면서 미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매각이 불가피해졌다. 현지화에 따른 수많은 시행착오와 권위주의적인 경영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고 마침내 로칼행장 선출로 본격적인 현지화에 박차를 가할 시점에 한국 본점 사정 때문에 은행의 매각이 이루어졌다.
29년동안 자본금은 1억800만달러, 자산규모 10억달러가 넘고 나스닥 상장후부터 매년 1,000만달러이상의 순익을 올리면서 성장궤도에 본격 진입해 투자가들에게도 좋은 투자처로 평가되었다.
PUB는 직원 275명가운데 20년이상 근속한 직원이 20%가까이 될 정도로 오래된 직원들이 많다. 이번 매각으로 PUB 직원들 가운데 지점장이나 부장급이상 간부는 사실상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겹치는 지점과 부서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PUB 매각으로 앞으로 한인은행계는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일단 한미은행이 중국계 은행등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큰 외형을 갖추게 된다. 자산 30억달러로 중국계 동서은행과 비슷한 규모가 되면서 대출규모도 7,000만달러가까이로 늘어난다.
또한 은행간의 인수 합병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미가 PUB를 인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근본적으로 론스타가 한국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되면서 미 현지법인인 PUB를 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지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자연스럽게 조정이 된 것은 아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자연발생적인 은행간 합병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은 2년전 한미의 중앙은행 인수 발표이후 결국 불발로 끝난 사실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이번에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PUB가 매각될 수 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주주의 이익에 따라 은행간의 인수합병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은행 이사회나 주주입장에서는 이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사들이 본인의 지분이나 이익을 우선시해 합병이 실패하는 사례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은행 역사가 앞서고 규모도 훨씬 큰 중국은행들은 지난 수년간 5-6차례의 합병으로 몸짓을 불리며 은행간의 순위가 바뀌기도 했다. 한인은행의 경우 CKB가 창립 24년만인 지난 98년 한미은행에 1위자리를 내주었으며 지난 2·4분기에는 나라은행에 2위 자리까지 내주기도 했다.
앞으로 한인은행의 순위가 인수, 합병등을 통해서 어떻게 바뀔지도 지켜 볼 일이다.
PUB를 인수하는 한미은행도 영원한 1등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금융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또한 1등 은행도 방심할 경우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지난 금융사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PUB 매각은 한인은행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하다.
박흥률 경제부 부장대우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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