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킹 스트릿에 있는 한국일보 하와이지사 앞에는 홈리스 할머니가 한 분 계시다.
햇볕에 색이 바래고 땀에 절은 밤색 티셔츠를 입고 샤핑카트 하나에 의지해 서 있다. 6년을 넘게 신문사로 출근을 했지만, 관찰력이 부족해서인지 나는 그 할머니가 언제부터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됐는지 잘 알지 못한다.
아마도 신문사에 근무하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는 웬만한 직원들보다는 그 할머니가 그 자리에 더 오래 있었겠지... 짐작만 할 뿐이다. 그 홈리스 할머니는 내가 출근 하기 전부터 자신의 자리에 출근해 있다. 때로는 성경을 읽으면서, 때로는 무언가 노트에 적으면서, 또 머리를 빗거나, 귀에 헤드폰을 꽂은 채 어깨를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한다. 점심때가 되면 할머니는 카트를 밀고 근처에 있는 잭 인 더 박스에 간다. 주차장에 카트를 잠시 세워놓고 무언가를 시킨 후 테이크 아웃으로 가지고 나온다.
비오는 날에는 그 할머니를 볼 수가 없다. 내가 퇴근한 밤에도 아마 그 자리에 서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딘가 비를 그을 수 있는 곳으로 잠시 거처를 옮긴 것이리라.
하루종일 서 있으려면 다리가 많이 아플 것이므로 밤에는 어딘가 다리를 펴고 어깨를 눕힐 곳을 찾아갈 것이리라. 집도 없는데 어디로 가는 걸까?
하와이는 생활반경이 좁기 때문에 길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듯이, 얼굴을 아는 홈리스도 자주 목격한다.
나비 넥타이 메고 연미복에 가까운 양복을 말끔히 빼 입고서 또 한 벌의 옷을 애지중지 들고 다니는 말끔한 홈리스 아저씨도 있고, 바지를 엉덩이가 다 나오도록 입든지 말든지 상태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흑인 홈리스, 하루종일 도서관을 다니며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있는 대머리 아저씨 홈리스...
이들은 언제부터 그곳에 터를 잡고 홈리스가 되었을까? 그 홈리스 피플은 아플 때, 열이 날 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크리스마스에, 연말연시 불꽃놀이가 한창일 때, 그리고 사람이 한없이 그리울 때, 어디서 무엇을 할까? 한 리서치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해 하와이의 홈리스 인구가 6천29명이다. 4년 전인 99년 조사 때보다 90% 증가한 셈이다.
홈리스 인구는 이렇게 늘고 있는데 호놀룰루 시당국은 그 동안 이들을 보기 싫다고 쫓아내는 방법을 써봤다. 공항에서 쫓겨난 홈리스들은 알라모아나 공원으로 갔고, 그곳에서 다시 쫓겨나 다운타운으로, 다운타운에서 다시 변두리 공원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쫓아낸다고 없어질 홈리스가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도록 쫓아내기보다는 홈리스가 머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주고, 좀 더 적극적으로는 재활센터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김용우 보도부 차장
라디오 서울 AM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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