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와 뉴햄프셔가 미국 대통령후보 지명전에서 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다른 주 유권자들은 궁금해한다. 민주, 공화 양당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이전에는 어떤 주도 후보 지명전 예비선거를 할 수 없도록 당 내규로 못박고 있다. 뉴햄프셔 예비선거가 시작된 것은 1920년이지만 그것이 일종의 의식이 된 것은 1952년부터이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1976년 지미 카터가 승리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카터는 75년 110일을 아이오와에서 보내며 거의 거기서 살다시피 했다. 이전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이 코커스에서 이름도 돈도 없는 전 조지아 주지사가 이름으로나 기금으로나 막강한 후보들을 제치고 승리를 거두자 정치 담당 기자들과 민주당내 기득권 세력은 충격을 받았다. 카터는 아이오와 승리의 폭발적 여세를 몰아 5주후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후보 지명전의 첫 테이프를 끊으며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예비선거를 치르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전혀 미국을 대표할 만한 주들이 아니라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대부분 시골인 아이오와와 소읍들이 모여있는 뉴햄프셔는 백인이 인구의 94%와 96%를 각각 차지, 도저히 미국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들 주에는 다른 측면이 있다. 지명전 진행 과정에서 이들 주는 다른 데서 흉내낼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유권자들은 커뮤니티 센터나 재향군인회 홀에 일주일에 서너번씩 나가고, 후보 연설을 들으러 주말 오전이나 오후를 다 보내고, 그도 모자라서 주차장까지 따라 나가 질문을 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뉴햄프셔 유권자에 대한 해묵은 이야기가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글세, 그 사람을 겨우 두 번밖에 못 만나봐서”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많은 유권자들이 거의 모든 대선 후보들을 최소한 한두번은 직접 만나서 눈을 보며 그들과 의견을 나눈다. 캘리포니아 같은 인구 많은 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의 강점은 TV 광고가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곳 유권자들은 광고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험주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동부나 서부의 세련됨은 없을 지 몰라도 이들은 대단히 상식적이며 위선을 즉각 알아차리는 예민함이 있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주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TV광고 싸움을 하면서 캠페인이 본격화하기 전에 유권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후보들을 점검하는 작업이 몸에 배려면 여러번의 대통령 선거를 거쳐야 할 것이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주민들은 예비선거를 4년마다 한번씩 반짝 유명해지는 기회처럼 여기고 있다. 그들은 올해 후보들끼리 서로 비교를 할 뿐 아니라 이번 후보단을 4년전, 8년전, 혹은 12년전 후보단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연륜이나 통찰력이 있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것이 효과가 있어 보인다. 최근까지 주요 정당 대선 지명자 10명중 9명은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에서 승리를 거둔 후보들이었다.
유일한 예외가 1992년 빌 클린턴이었는데 그때는 아이오와 출신인 톰 하킨 연방상원의원이 출마했었다. 게다가 제니퍼 플라워스 섹스 스캔들이 터진 상태였다. 대선후보 지명전은 아무리 봐도 아이오와와 뉴햄프셔가 테이프를 끊는 지금의 시스템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찰스 E. 쿡/LA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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