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자녀에게는 저주가 따라 다닌다.
몇 년 전이었던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유일한 아들이 한창 나이에 사고로 숨진 게. 그 비보에 접한 미국인들은 바로 이 속설을 새삼 떠올렸을 것이다.
술 주정꾼이 된다. 병이 걸린다. 사고를 겪거나, 일찍 죽는다. 아버지가 남긴 업적을 변호하다가 죽기도 한다. 직장에서 떠나게 되고, 되돌아오지 못한다.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의 아들, 조지 워싱턴 애덤스는 28세에 자살했다. 공부를 중도에서 포기했다. 정신병자가 됐다. 적지 않은 대통령의 자녀들이 맞게된 비극이다.
방이 132개다. 방마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가구들이 놓여있고 그 값을 알 수 없는 그림들이 걸려 있다. 크고 작은 정원들은 아름다움의 극치다.
굉장히 오래된 집이다. 그러나 가장 최신의 모든 편의시설이 망라돼 있다. 한 주에 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이 집을 찾아든다. 그 집은 백악관이다.
이런 집에서 자랐다고 상상해보자.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펼쳐질까.
대통령의 자녀로 자란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부담이다. 한 전문가의 말이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신분상승의 욕구가 없어지기 쉽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아버지와 자주 비교된다. 그 부담이 대통령의 자녀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치에 입문해도 그렇다. 하원이라도 된 대통령의 자녀는 10여명 정도다. 대부분이 쓴잔을 마셨다.
대통령의 아들이 받는 정치적 유산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 대통령의 아들로 대통령이 된 W 부시의 말이다.
아버지의 정치적 동지들이라고 해도 계속 우군으로 남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는 거다. 아버지의 적이었던 사람들은 그러나 계속해 적으로 남는다는 것.
한국서도 통하는 속설일까. 올해가 그 테스트의 해가 될 것 같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 2세들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져하는 말이다.
박근혜·김홍일·김현철. 그리고 전두환 대통령의 사위 윤상현씨 등이 그 면면들. 죄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다.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속설은 속설. 그들의 정치적 운명은 뭔가 한국적 수준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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