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재소자가 그린 호랑이 그림의 전시회가 있다고 알려준다. 50대 여성의 밝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파를 탄다.
이혼의 아픔을 경험한 이 여성은 오랜 세월을 교도소에 들어가 장기수를 제자로 삼고 호랑이 그림 그리기를 가르쳐주고 있다고 한다. 자기가 그리고 가르치는 호랑이는 화가의 눈에는 성이 차지 않을지 모르나 아빠 호랑이 엄마 호랑이 아들, 딸 호랑이는 사랑이 넘치는 호랑이란다.
10여명의 장기수를 제자로 삼고 가르치면서 자식으로 여기고 돌보아주고 있으며 이제 얼마 있으면 제1호의 출소자가 생기게 되어 그가 거처할 집을 마련하는 등 제2의 인생을 내딛는 첫 아들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에 바쁘다고 했다. 앞으로 제2호 제3호 줄줄이 출소하는 아들들의 앞날도 보살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좋은 일을 하는데도 여러 가지가 있을 터인데 어떤 연유로 죄수를 택하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여대생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난데없이 사형수로부터 편지가 날아온 일이 있어서 놀랐고 그 후 미국인 사형수로부터도 살려달라는 편지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아마 수감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되었을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깊은 의미가 그녀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보다 더 힘든 가시밭길을, 보다 더 무거운 십자가를 원했는지 모른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성취하고 난 후의 보람과 기쁨은 더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사랑스런 것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고아를 입양하되 굳이 장애아를 선택하는 것이나 불우한 사람을 구하려고 장애인을 배우자로 택하는 것이나 모두가 그만큼 더 어렵고 험난한 십자가를 지려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자신의 생존만을 위하여 개미 쳇바퀴 돌듯 하는 우리 인생과 그녀의 인생을 겹쳐 보면서 한 없이 적고 초라한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김정철/웨스트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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