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사회에서는 동종업체의 경영자들이 컨퍼런스 등을 통해 만남의 기회를 갖는다. 사업으로 치자면 라이벌이지만 어느 수준의 ‘도’를 지키면서 경쟁한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는 상대를 무참히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사고로 경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 없는 업계 풍토를 안타까워하는 한 은행가의 탄식이다.
“뉴욕 월가에서는 한인은행들을 차별화해서 보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려 다루기 때문에 특정 은행이 다른 은행을 마구잡이로 비난하거나 흠집을 냈다고 해서 혼자만 올라가거나 호평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면 잘못이다.” 적대적 경쟁(hostile competition)의 아둔함에 대한 이 은행가의 질책 이다.
한인은행들끼리 서로 치고 받으면 누워서 침 뱉기나 마찬가지이며 주류사회에 한인 금융계 전체가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으므로 은행을 포함한 모든 업종에서 적대적 경쟁을 지양하고 우호적 경쟁(friendly competition)을 지향하는 게 업계의 성장과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좋다는 충고다.
한인사회의 이미지를 높이는 우호적 경쟁을 비즈니스에 국한하면 절반의 성공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 단체장은 우호적 경쟁이 요즘 시끌시끌한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 대의원 선거 마당에 비집고 들어가면 커뮤니티에 대한 인지도가 껑충 뛸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장은 “과거 네이트 홀든 시의원 시절 한인사회가 이런 저런 명목으로 돈을 갖다 주었지만 정작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 무엇이냐”며 몇몇 한인들이 홀든의 그림자라도 차지하려고 서로를 깎아 내리고 추잡한 스캔들에 연루돼 주류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은 일을 적대적 경쟁 탓으로 풀이했다.
다른 단체장은 “3월에 있을 주민의회 대의원선거가 한인후보들의 우호적 경쟁의 터가 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구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소위 ‘살생부론’으로 부풀려지기도 한다. 집안싸움이 격해지면 대의원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한인 이미지가 추락해 손가락질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이 한국 브랜드에 세계 평균(62.1)보다 낮은(58.7) 점수를 준 것은 2,000억달러의 수출 규모를 기록한 한국이 ‘이미지 전쟁’에서는 신통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인사회가 경제적으로 건실한 성장을 이뤘지만, 인지도 조사를 할 경우에도 ‘호감 가는 커뮤니티’로 나올 지 아리송하다. 경제활동이든 사회활동이든 함께 망가지는 적대적 경쟁이 함께 흥하는 우호적 경쟁에 자리를 내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한인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길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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