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방위군 복무에 관한 궁금증을 제기하는 것이 왜 정당한가 하는 것은 그가 제출한 연방 예산책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예산책자의 내용은 볼 것도 없다. 그 안에 담긴 번지레한 27장의 사진만 보면 알 수 있다.
성조기 앞에서 찍은 사진,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을 위로하는 사진 등등. 예산책자에 통상 게재되지 않는 사진이 들어 있다. 이는 정부 출판실을 선거자료 발생처로 이용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이라는 인물에 대한 존경과 현직 대통령인 자신에 대한 존경을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마운트 러시모어의 대통령 얼굴들에 부시 얼굴을 나란히 놓은 사진은 가관이다. 부시를 비난하는 것은 비애국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 한 모양이다.
실제 예산 항목을 들여다보면 엉터리 투성이다. 일례로 이라크 전후 치안과 복구비가 지난해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부시 행정부는 그런데도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을 믿지 못한단 말인가 하고 되받는다. 부시의 인품과 고결함을 보고 믿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가 고결하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그의 태도가 이를 입증한다. 방위군 복무와 관련한 의혹에서도 부시의 고결함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과거 사업가로서의 부시의 경영방식에도 의혹이 적지 않다.
물론 과거의 과오를 씻고 새롭게 태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위군 복무와 관련해 부시는 무언가 숨기고 있다. 부시는 특별히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이 묘사하는 그러한 모범적인 사람도 아니다.
물론 부시 반대파들이 바라는 것처럼 복무 의혹 하나로 부시가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부시의 과오나 의혹을 과소 평가하거나 반대파의 모략 정도로 치부하려 든다. 이들은 자신이 부시에게 놀아났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대선에서 부시는 부풀려지고 모호한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그의 치적으로 심판 받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백악관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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