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오래 전 읽은 에피소드라 기억이 가뭇하다. 이야기는 2차 대전시 일본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도 이소로쿠와 관련된 것이다.
전쟁이 나기 훨씬 전, 그러니까 미국과 관계가 아주 나쁘지 않을 때다. 야마모도는 미국을 방문했다.
환영의 공식만찬이 열렸다. 야마모도가 한가지 주문을 했다.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할 줄 모르니 젓가락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던가.
전후 문맥으로 보아 이 일화를 일본인들은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기죽지 않고 아주 당당히 처신을 했다는 점에서다.
그렇지만 뒤집어 읽으면 뭔가를 느끼게 한다. 당시 일본인들 지니고 있던 열등감이다. 젓가락 문화에 대한 스스로의 콤플렉스다.
“우리 애는 젓가락질이 서툴러서요…” 자녀가 젓가락질을 잘못해 창피하다는 표현이 아니다. 아주 사랑스럽다는 거다.
서울의 고급 동네에 사는 젊은 부모 중 이런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젓가락을 잘 못쓰는 건 포크를 주로 사용한 결과다. 그걸 세계화의 첨단이라도 걷는 양 은연중 자랑하는 모습이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한국의 젊은 세대간에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의 신세대는 김치보다는 피자를, 젓가락보다는 포크 사용이 능숙하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가 보도하고 나설 정도니.
세계 최초로 복제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황우석·문신영 두 서울대 교수가 그 스토리의 주인공들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재미난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성공의 비결은 한국의 문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다.
한국인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끄러운 금속 젓가락을 다룬다. 거기서 발달한 손재간이 분명히 한 역할을 했다는 거다. 말하자면 젓가락 문화의 개가라는 것 이다.
젓가락 사용이 손재간과 두뇌발달을 가져온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다. 청소년의 두뇌개발을 돕는 건 물론이다. 이제는 치매노인 치료법에도 이용될 정도다.
미국이라는 환경에 살다보니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한인 청소년들이 한 둘이 아니다. 내 자녀부터 젓가락 사용법을 제대로 배우게 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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