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속 영웅, 악당들과 결투…
마녀들, 아기 예수 골려주다 회개…
‘분노의 에브라임’이 고층빌딩 꼭대기에 앉아 근육으로 부풀어 오른 상체를 ‘코모도 드래건’이 자주 나타나는 곳을 향해 구부리고 있다. 면돗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은 언제고 공격할 태세. “휘익”하며 초자연적인 속도로 저 아래 한밤의 시가지로 날아간 그는 공원내 돌다리 옆에 내린다.
“나와라, 비겁자. 분노의 에브라임이 왔다”고 컴컴한 다리밑으로 소리치는 그의 귀에 들리는 것은 그러나 연약한 사람의 목소리. “도와주세요! 거기 누가 있어요?” 다쳐서 꼼짝 못하는 사람에게 에브라임은 “나는 에브라임이오, 두려워말고 가만히 있으시오!”라고 부드럽게 말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기름 부음 받은 자(Anointed)’처럼, MTV, 컴퓨터 게임, 인터넷에 빠져 자라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 건전하고, 흥미롭고, 시각적으로 세련된 작품을 만들려는 크리스찬 작가들이 출간하는 만화책이 늘고 있다. ‘기름부음 받은 자’를 그린 미네소타의 화가 셔윈 슈와츠록(33)은 “만화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어린이들을 교화시키는 내용을 담기에 좋은 예술 양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처럼 건전한 동기에서 출발한 종교만화 보급 운동은 사실상 외면당하고 있다. 일반 만화의 폭력, 선정적인 내용을 보고 만화란 악마의 장난으로 치부하는 교회 지도자가 많은데다가 출판업자와 소매업자, 특히 크리스찬 서점 체인들이 종교만화와 그림 소설의 시장성을 수긍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찬 만화가 해롤드 북홀츠(37)는 종교적 주제로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최근 나온 종교 만화들은 그 형식및 접근방법이 다양하다.
회중교회 선교사인 스티브 베닌텐디가 만든 만화 시리즈 ‘파워마크’의 주인공은 ‘스타 트렉’ 같은 ‘홀로덱’의 선장인 마크 첸. 십자가 장식을 한 옷을 입고 악의 집단 리바이어단과 싸우면서 아이들을 위해 가상현실 성경 이야기를 창조한다. 2000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100만부 정도 팔렸다.
다른 만화 시리즈 ‘어메이징 트루 라이프 스토리’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캔자스의 크로스윈드 코믹스가 발간하는 것으로 첫 2권이 나왔고 전국의 교도소및 소년원에 3만8000부가 보급됐다.
작년 10월에 나와 커뮤니티 코믹스의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는 ‘기름부음 받은 자’는 하느님이 보낸 천사 에브라임과 청년 목회자 루크 스튜어드가 주인공. 앞으로 둘이 팀을 이루어 악과 싸우게 된다.
‘스펠스: 블랙 크리스마스’는 종교 만화치고 조금 튄다. 마녀 셋이 아기 예수를 놀려 주려고 과거로 돌아갔는데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고는 그만 변화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세상에 좋은 일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크리스 얌바와 레비 크라우스가 만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렇게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는 예수”에 대해 깨닫게 된다.
만화는 주인공들의 대화와 함께 마음 속에서 오가는 생각이 시각적 이미지와 나란히 표현되는 유일한 예술양식이라 독자들은 만화의 주인공을 보고 그 말과 생각을 읽으며 자신과 동일시하기가 더욱 쉬운데, 최근 대중문화계에 대두된 두가지 경향 덕분에 종교만화의 입지도 커가고 있다고 만화가및 출판사들은 입을 모은다. 하나는 최근 ‘스파이더맨’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에 묘사된 환상의 세계, 초능력을 지닌 영웅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 소설이 만화 전문점 뿐만 아니라 반즈 & 노블이나 월마트 같은 주류 소매업소에서도 버젓이 팔리게 됐다는 점이다.
작년에 일본 소설을 번역하여 미국에 보급하는 ‘버티컬’사는 일본의 저명 만화가 오사무 테즈카가 그린 8권짜리 연작만화 ‘부처’의 첫 2권을 배급했고, 미국성경협회는 그림 소설 전문 출판사 ‘메트론 프레스’를 설립했다.
메트론의 첫 작품은 유광종이에 총천연색으로 72페이지에 걸쳐 성경속 영웅 이야기를 묘사하고 맨뒤에 성경 원문을 곁들인 ‘삼손:이스라엘의 판관’(7달러95센트), 다음은 120페이지에 구약의 이야기를 담은 ‘성약’(12달러95센트)이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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