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제발 우리아이 올해는 떨꺽 붙어 삼수까지 가는 불행을 막아주소서”
수능시험이 끝나고나면 피 말리는 나날이 다가온다. 최상위권에 든 극소수야 태평연월이겠으나 조금이라도 의심갈 만한 점수를 들고 이곳 저곳을 헤매는 학생들은 가는 곳마다 바늘방석이다. 해방 후 거의 60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고국의 교육정책은 발전하기를 거부한다.
어느 부모 건 자식 시험 보는데 나몰라라하는 사람들이 있을 리 없건만 한국부모들은 유난하다. 새벽부터 떡에다 엿에다 싸들고 학교 철문을 붙들고 애간장 끓는 기도를 드린다. 철문에 더덕더덕 붙여놓은 떡과 엿은 기본이다. 명문대학졸업이 출세를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학벌에 얽매인 채 반세기 이상을 끌어온 현실은 아직도 넘기엔 벅찬 게 엄연한 사실이다.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일류대학을 고학으로 끝내고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스토리가 심심지 않게 신문지상을 장식하던 시절도 옛 시절이 되어 가는 지 요즘 서울대학가는 학생들은 집안의 경제력이 빵빵하게 받쳐주는 가정출신이라니 앞으론 여간 출중하지 않고서야 자력으로 출세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은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군 출신과 상고출신들이 청와대는 도맡듯 하였지만 일류대학을 향한 일편단심은 식을 길이 없다. 이곳 미국도 늘어나는 인구와 계속 유입되는 인구로 자녀들 대학가는 일이 예전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이 더 이상 아니다. 그 현실을 반영하듯 한인부모들은 벌써부터 과외 시키기에 열올리며 아이들을 볶기 시작한다.
과외도 한가지면 모를까 태권도에 미술에 음악에 숨 쉴 틈도 안주고 몰아댄다. 처음엔 어느 방면에 재질을 보이는가를 알기 위해 이것저것 시켜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 능력은 생각지도 않고 몰아붙이다가 아이들이 뒤로 발랑 누워버려 아무것도 안 하겠노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려는지.
일류대학도 좋지만 아이들의 적성을 살려 저희들이 하고 싶은걸 하게 하자. 입으로만 자식들 위해 어려운 이민 길에 올랐다고 앵무새처럼 읊어대면서 아이들을 한국에서처럼 몰아세운다면 얼마나 웃기는 얘기가 되겠는가.
미국 땅에서도 학교선생들의 선물이 도를 지나서 뇌물이 되어간다는 소식은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나저나 한국의 입시 철은 예수, 공자, 석가모니, 모두가 피곤해지는 계절이다. 그 많은 학부형들이 모두 제 자식만 붙여달라니 말이다.
김진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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