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실 <사모>
나는 골프에 문외한이지만 내 주위에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이 더러 있어 자연히 골프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한번은 어떤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골프 공을 힘주어 ‘때려’ 칠 때는 공이 뱅글뱅글 돌아서 엉뚱한 데로 곧잘 빠지는데, 힘을 빼고 한껏 ‘밀어’ 주니까 똑바로 잘 날아가더라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옛날 피아노 선생님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다른 분에게 배우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이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분은 미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분으로서 우리나라에 선교하러 오신 미국 선교사님이시다. 영어로는 Dwight R. Malsbary, 한국 이름은 마두원 선교사님이신데 아주 특별한 분으로서 그 유명한 한동일, 백건우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길러낸 분이시다. 나는 그분을 너무 늦게 만난 데다 그리 뛰어난 음악도도 아니어서 적당히 가르칠 법도 한데 얼마나 정성껏 잘 가르쳐 주셨는지 그분에게서 피아노를 배우는 동안 음악의 진수를 맛보며 배우며 축복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을 두고두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그 분에게서 제일 먼저 배운 게 피아노 건반을 칠 때 ‘때리지 말고 밀어 주라’는 거였다. 팔에 힘을 주면서 건반을 때리면 귀에 거슬리는 금속 소리가 날뿐더러 팔이 금방 피곤해져서 오래 연습할 수가 없는데, 팔에 힘을 빼고 온 몸으로 밀어주듯이 건반을 치면 아무리 오래 연습을 해도 피곤하지 않을뿐더러 그 피아노가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이 원리가 비단 골프, 피아노에만 해당되겠는가. 만사에 적용된다고 본다. 부부 관계에도, 자녀 교육에도, 심지어는 목회에도.
모두들 경험으로 잘 아시겠지만 부부간에 대화를 할 때 때리는 말(비난, 비판의 말)은 부부 사이에 금방 금이 가게 한다. 상대방의 맘을 탁탁 때리는 한마디 한마디는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골프 공처럼 남편 혹은 아내로 하여금 술, 도박, 마약, 외도, 이혼 등등… 엉뚱한 데로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물론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왜 이랬느냐 왜 저랬느냐 왜 그 모양이냐… 이런 말들은 정말 삼가야 한다. 그 대신 비록 빈말이라도 잘했군, 잘했어. 수고했어. 고마워요. 당신이 최고예요(이번 밸런타인스 데이에 환상적인 초컬릿을 선물한 남편에게 내가 했던 것처럼). 왜 좀더 일찍 당신을 못 만났을까. 하면서 상대방을 칭찬, 격려로 밀어주면 밀어주었던 그대로 상대방이 정말로 잘하는 능력 있는 사람, 가장 멋있는 최고의 남편 혹은 아내가 되어버리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 매로 혹은 말로 때리면서 키운 자녀는 십중팔구 빗나가지만, 잘했어 네가 자랑스러워 사랑해 하면서 밀어주면 그대로 똑 바로 잘 나가는 자랑스럽고 사랑스런 자녀로 자라는 것을 많은 부모들이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목회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힘주어 때리는 목회보다는 힘 빼고 밀어주는 목회를 하는 분이 목회를 잘한다는 주위의 평판을 듣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어떤 분이 골프를 터득했듯이, 또 내가 피아노 연주를 터득했듯이 만일 내가 자녀 교육을 일찌감치 터득했었더라면 지금 우리의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을 거다. 우리가 힘주어 말로 자주 때렸던 위의 두 딸은 뱅글뱅글 돌아 제대로 못 날아간 것 같아 마음이 너무도 아프고, 힘 빼고 밀어줬던 아래의 두 남매는 제대로 멀리 잘 날아가 우리의 기쁨이 되고 있다.
늦게나마 두 딸을 위해 기도하면서 열심히 밀어주고 있는데 언젠가는 그들이 목적을 가지고 그들의 목표를 향해 제대로 곧게 잘 날아서 우리의 기쁨이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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