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는 눈에 관한 병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나오는 모든 것을 시청자들이 의학적 사실로 받아드릴까 우려된다. 어디서 주어 듣거나 읽은 병세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를 의사들은 가끔 본다. 이런 점을 생각해 이 드라마에 나오는 병 이야기가 사실과 얼마나 먼지를 알릴 필요를 느낀다.
교통사고로 이식이 필요할 만큼 다쳤다면 각막이 찢어져 응급조치는 물론 수술까지 필요할 만큼의 중상이었어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사고 때도 그 직후에도 눈에 아무런 이상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각막의 부상이나 질환으로 몇 년 후 시력이 점점 흐려질 때는 각막이 부어 오르기(부종) 때문이고 여기에는 통증도 따라오기 마련인데 주인공은 아픈 증세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모순이다.
각막부종에서 시력이 흐려는 지지만 드라마에서처럼 깜깜하게 빚도 안보이게 되지는 않는다. 동시에 발견 됐다는 눈 암도 그런 실명을 가져오지 않는다. 빛도 못 보는 완전 실명은 시신경 또는 망막(신경막)의 완전 파괴에서만 가능한데 그런 눈에 각막은 아무 효과가 없고 따라서 그런 수술을 하는 의사란 없다. 각막이식으로 시력을 되찾는 병일지라도 이 드라마에서처럼 수술 후 금방 잘 보고 펄펄 뛰어 놀고 뒹굴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회복과 치료 그리고 조심스러운 눈 관리를 하면서 시력이 서서히 좋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주인공 눈에 나타났다는 눈 암은 악성 흑색종(Malignant Melanoma)인데 이 암은 대단히 희귀한 암으로 가장 많이 나는 백인의 전체 안과 환자 중 0.02%정도에서 나타날 정도이고 필자는 백인동네에서 20년 개업하는 동안 단 한 건을 발견했다. 유색인종에서는 더더욱 드물어 필자가 한국의 제일 큰 현대아산병원(전 서울중앙병원)에서 근무한 10년 동안 안과를 찾은 약 5만 명 환자에서 이 암은 한 건도 없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희귀한 암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이런 암이 두 눈에 다 생겼다니 참으로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를 극적으로 하기 위한 과장과 억지는 다소 이해할 수 있지만 의학적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가 오보를 가릴 수 없어 그대로 믿고 새로운 의학 상식으로 간직하게 되는 위험을 생각할 때 드라마 제작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되도록 사실에 가까운 스토리를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청자 역시 드라마 속의 전문적인 이야기들은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그 사실 여부를 알 필요가 있으면 전문적 참고를 찾아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김용제/안과전문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