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말썽이 날줄 알았습니다”
중가주 베이커스 필드 차량국(DMV)이 한인들의 ‘원정 운전면허 시험’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몇몇 한인들이 보인 반응이다. ‘올 것이 왔다’는 말이다.
“조용한 백인 시골동네에 한인들 자동차가 10대~20대씩 줄지어서 몰려드는 데 그게 정상이 아니지요. 게다가 한인들이 모이면 얼마나 시끄럽습니까. 매너도 없고… 그러다 서로 ‘내가 먼저’라며 싸움까지 벌이니 DMV로서도 더 이상 묵과할 수가 없었겠지요”
미국에 처음 오면 거의 누구나 제일 먼저 치르는 시험이 운전면허시험이다. 서툰 운전실력으로 말 안 통하는 미국인 시험관 옆에서 시험을 보노라면 긴장해서 뒷목이 다 뻣뻣하던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 한갓진 시골로 나가서 시험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개 90년대 초반까지 한인들의 경험이다.
9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부터는 분위기가 바뀐다. 대부분 한국에서의 운전경력이 몇 년씩 되기 때문에 운전 실력에는 자신이 있다. 그런데도 LA에서 2~3시간씩 멀리 나가는 ‘원정 실기시험’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이유는 단 하나, 한인들의 고질적인 ‘빨리 빨리’문화 때문이었다. LA의 운전학교 관계자들의 말이다.
“운전시험 문의전화의 십중팔구는 ‘내일 당장 시험 볼수 있느냐’입니다. 요즘 LA에서는 실기시험 예약이 밀려서 보통 4주를 기다려야 합니다”
당일로 시험볼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리버사이드, 팜스프링스, 샌디에고 … 등지로 나가는데 베이커스 필드도 그 중의 한곳. 베이커스 필드가 유독 인기가 있었던 것은 DMV측이 한인들에게 특별히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귀뜸이다.
“주정부 적자 예산이 심각해지자 면허시험 볼 사람도 별로 없는 시골 DMV 직원들은 불안했겠지요. 언제 감원될 지 모르니까요. 그러던 차에 한인들이 몰려드니 실적이 올라서 좋아했습니다”
예약 없이 대기자로 시험을 치르려면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게 보통인데, 베이커스 필드의 경우 아예 시간을 비워놓고 한인들이 시험을 볼 수 있게 배려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화해낼 수 있는 인원보다 더 많은 숫자가 몰려들면서 말썽이 생겼다.
한인들이 이민역사에 비해 쉽게 미국사회에 뿌리를 내린 것은 ‘빨리 빨리’문화의 덕이 크다. 반면 부작용도 많다. 운전은 그 한 예. 한 운전학교 교장의 말이다.
“LA에서 교통사고 빈발지역이 한인타운인 것, 한인들 교통위반 티켓의 과반수가 과속 때문인 것… 모두가 ‘빨리 빨리’ 때문입니다. 그걸 고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베이커스 필드가 계속 나올 것입니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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