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인터넷 신문에 탄핵을 둘러싸고 서울에서 택시기사와 손님이 맞붙어 싸웠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내용인즉 라디오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데모보도가 계속 흘러나오자 손님이 “탄핵 이야기는 이제 지겹다. 채널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 도화선이 된 모양이다. 앞뒤로 보아 택시기사는 데모 지지, 손님은 데모 반대쪽이었던 것 같다. 두 사람이 모두 30대라는 점이 관심을 모은다.
미주 동포들에게도 이제 탄핵문제는 지겹게 느껴진다. 말도 안 되는 탄핵을 한 야당이나 독립운동을 하는 것처럼 땅을 치며 통곡하는 여당이나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헌법을 어긴 것도 아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당연히 탄핵안이 각하되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택시기사와 손님이 치고 받고 한 사회적인 증오현상이 문제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간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 모두가 다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으로 불거진 일이다.
어느 사회에 증오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신호다. 프랑스 혁명에서 평민과 귀족의 충돌, 러시아 혁명에서 프롤레타리아의 부르조아 숙청, 나치 정권에서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 모택동의 문화혁명에서 홍위병의 지식인 규탄 등이 사회의 증오현상을 밑바닥에 깔고 있는 까닭이다. 다시 말해 증오는 위정자들이 사회의 기존질서를 뒤집으려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오늘 한국에서 불고 있는 증오현상은 누구 책임인가. 노무현 대통령 책임이다. 누구나 실수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실수가 계속된다는데 노 대통령의 문제가 있다.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기자회견 내용은 지금까지 한 대통령 말실수의 금자탑(?)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실수가 사회의 중견인사 한 사람을 죽인 셈이다. 이 사건은 탄핵문제에 묻혀 어물쩍 넘어갔지만 보통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말썽부렸다고 교장 선생님이 문제의 학생을 구타하고 그것도 모자라 엎어놓고 짓밟는다면 선을 넘은 행동이다. 형사사건이기 이전에 인격모독에 해당하는 인권사항이다.
직장에서 사원들끼리 서로 미워하도록 부채질하는 사람은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하다 해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하물며 사장이 편가르기를 조장한다면 그 회사가 어떻게 될까. 생산력이 내려가고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장의 말에 “옳소”하는 사람은 애사심 있는 사원이고 반대하는 사람은 무조건 무능한 사원으로 취급한다면 이것은 사장이 스스로 ‘사장파’와 ‘사장 반대파’를 만들어놓는 셈이다. 모두 사장이 돌봐야 하는 직원들인데도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이런 식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은 개혁파이고 반대하는 사람은 도매금으로 구태의연한 세력으로 모는데 문제가 있다. 모든 국민이 개혁을 원하고 있다. 그와 의견이 약간 다를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 대통령 자신이 무얼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집 때문에 개혁 부르짖는 사람들이 빠지는 전형적인 함정이다. 노 대통령이 지금 결정적으로 잘못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간에 증오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이를 못 본 척하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어떤 때는 대통령 자신이 알게 모르게 이를 부채질까지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그도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야당에게만 근신을 강요할 때가 아니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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