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 목사·거리선교회 대표
한국의 탄핵 사태로 마음이 침울하고 속상하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받을 만큼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결국 신중치 못한 그의 말이 탄핵을 자초한 것이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지도자란 좋은 뜻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뜻을 따를 수 있도록 사람들을 설득해서 그 뜻을 이루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못하겠다, 재신임을 받겠다. 불법 정치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1이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등 자신이 한말이 씨가 되어 쓴 열매를 먹게 된 셈이다. 지도자란 말 한마디를 신중하게 해야됨은 물론 일국의 대통령이 경솔하게 내 뱉은 말들 때문에 나라가 온통 시끄럽고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뒷받침할 국회가 있어야 하기에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정당의 국회의원이 많이 당선되어야 함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법을 어겨가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모자라 이번 국회의원 선거와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한다 해서 가뜩이나 화 나있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제발 탄핵을 해달라고 협박하는 것은 정치인으로 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것이다. 때로 타협이 필요하면 고개도 숙일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해도 큰 지도자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한 발 물러설 수도 있어야 한다.
이번 탄핵은 정당성이 부족하고 야당 국회의원들의 다수횡포라 할지라도 대통령으로서 얼마든지 정치력을 발휘하면 탄핵까지 가지 않을 수 있는데도 갈 때까지 가보자고 무리수를 둔 것이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단상을 점령하면서 불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한 것도 무슨 정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본인들은 아무리 절박하다 할지라도 대통령이 소속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정당이 국회에서 데모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며 하는 것이 애처로운 것인지 코미디를 보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갔다.
한편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략적으로 탄핵까지 몰고 간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건 또 한번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를 일이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기는 하고 헌법학자들의 견해로는 탄핵을 받을만한 법적 근거가 약해 탄핵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한국에 사는 동포들이 얼마나 낙망을 하고 마음이 침울할까. 고향을 떠나 미국에 와 살고 있는 내 동포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겠는가. 아무리 대통령이 잘못을 해도 아직도 그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것은 왜일까. 그래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그렇게 감정적으로 국회의원들이 내칠 수 있겠는가. 마땅히 탄핵을 받을 만한 전직 대통령들도 임기를 모두 마쳤는데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에 내심 기대를 걸었는데… 이번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말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교회의 지도자들이나 한인 사회의 지도자들이 말에 책임을 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모아야겠다.
(www.streetla.org)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