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이다. 그리고 요즈음 산업계는 시스템 통합 전문가들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시스템 통합이란 분야도 새롭지만, 실제로 시스템 통합을 가르치는 대학들이 많지가 않다.
시스템을 개발하다 보면, 각 부품들을 개발한 후에 모든 부품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할 경우,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의 신용도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 개발 업체들은 많은 보수를 지급하면서 다른 기업체에서 시스템 통합의 경험을 많이 쌓은 기술자들을 서로 스카웃해 가고 있다.
특히 요즈음 컴퓨터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면서 시스템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성능은 훨씬 나아질 뿐 아니라 그 가격은 엄청나게 저렴해 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체 시스템이 항상 급변하는 새로운 기술들을 언제든지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시스템(open system) 체제를 갖기 원한다. 그렇게 되면 시스템 사용자들은 오래되고 느린 부품들을 언제나 새로운 부품들로 대체하면서 자신들의 시스템 기능을 극대화 할 수 있기에 새로운 시스템 개발비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 통합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들이 필요하다. 기존 시스템 내의 오래된 부품을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그 부품의 형태와 적합성, 그리고 기능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시스템은 열린 시스템이 아닌 닫힌 시스템(closed system)이 되고 만다. 만일 닫힌 시스템을 갖게 되면 그 시스템 사용자는 언제나 낡은 시스템만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모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 통합의 입장에서 한국의 현 상황을 바라보면 현재의 한국은 시스템 통합의 원칙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의 유연성과 포용력의 부족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극한 대립을 가짐으로 인해 결국 한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탄핵의 직간접적 이유로 선거법 위반, 정경유착, 뇌물수수, 친인척 관리 실패, 도덕성 부재, 자질 부족, 실책 등을 나열할 수 있겠지만 그 실제 원인은 대통령이 직책에 걸맞은 도량과 포용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미덥지 못한 데서 생긴 보수세력들의 흠집내기로 볼 수 있겠다.
현 정권은 연초에 국민 전체를 보듬는 포용의 정치, 이념과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화합과 통합의 정치개혁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현실은 탄핵 대 반탄핵, 개혁 대 반개혁, 친미 대 반미등 이분법적인 사고와 패거리 정치로 분열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시스템 통합의 이론에 비추어 보면, 이것은 완전히 고객의 요구를 무시한 엉터리 시스템 개발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은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대통령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시스템 통합 이론으로부터 기본적인 것들을 배워야 할 것이다.
첫째, 대통령과 국회는 고객인 국민이 원하는 요구들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확인한 후에 이를 정치에 반영해야 할 것이며, 둘째, 보다 빠르고 보다 나은 그리고 보다 저렴한 제도를 받아들여 국민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항상 열린 정치 시스템을 수용해야 할 것이며, 셋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들이 하나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임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국민 모두가 차분한 마음으로 탄핵사태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러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손국락
라번대 겸임교수·컴퓨터 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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