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3회 바비 킬티의 투수앞 땅볼을 잡아 1루에 송구하고 있다.
“부활 가능성을 봤다”
한번 실수로 아쉽게 패전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가 시즌 첫 출격에서 레인저스 입단 후 최고였다고 평가될 만큼 뛰어난 피칭을 보이고도 아쉽게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점철된 치욕의 시간을 보냈던 박찬호가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뛰어난 피칭은 예전의 ‘코리안특급’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충분함을 입증해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겼다.
6일 오클랜드 네트웍 어소시에이츠 콜로시엄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A’s와의 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당초 모든 기대를 뛰어넘는 눈부신 호투를 했다. 결과적으로 7⅔이닝동안 7안타 1포볼로 3실점했으나 6회 연속 3안타로 3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곤 거의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투구였다. 5회까지 3안타만을 내주며 셧아웃을 던지는가 하면 투구수도 거의 8회를 던진 것을 감안하면 아주 경제적인 95개(스트라익 68개)로 막았고 삼진을 8개나 뽑아냈다. 불운인 것은 레인저스 타선이 A’s 좌완에이스 마크 멀더에 막혀 단 1득점에 그친 것. 결국 1-3으로 패해 패전의 멍에를 썼으나 만약에 지고도 기분 좋을 경기가 있다면 바로 이 경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호는 이날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듯 예전보다 훨씬 유연하게 힘들이지 않고 볼을 뿌리는 모습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딱 1번 나온 시속 94마일. 91∼92마일선의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구사했다. 4회까지는 멀더와 팽팽한 투수전. 레인저스는 5회초 1점을 선취, 1-0으로 앞섰고 박찬호는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운명의 6회말. 1사후 바비 킬티가 우중간 스코어보드를 맞는 장타를 쳤고 레인저스의 라이트필더 케빈 멘치의 미숙한 수비로 2루타성 타구가 3루타가 되면서 불운은 시작됐다. 동점주자의 득점을 막기 위해 레인저스는 내야 전진수비로 나섰고 결국 다음타자 에릭 샤베스의 2루 땅볼성 타구는 이 때문에 적시타가 돼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다음타자 저메인 다이는 이날 처음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박찬호의 3구 직구를 통타, 레프트펜스를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터뜨려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 박찬호는 안정을 되찾고 8회말 2사까지 던진 뒤 교체됐다.
박찬호는 경기 후 “지난 2년만에 가장 제구력이 잘 된 경기였다”면서 “이것이 (재기를 향한) 첫 스탭이다. 던질 때마다 느낌이 좋고 더 던지고 싶다. 이렇게 잘 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몸이 건강하니 걱정이 되지 않았다”고 패전의 아쉬움보다는 재기의 희망을 다졌다. 박찬호의 방어율은 3.52가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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