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기간동안 특정 또는 일체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 단식(斷食)의 사전적 정의다. 한 마디로 음식물을 끊는 거다. 이 행위가 그런데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대 일부 사회에서 단식은 일종의 의식으로 행해졌다. 출산과 죽음 등 인간의 삶에 위기로 다가오는 상황을 맞아 단식이 올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공동체 전체가 위기를 맞았을 때도 단식을 했다. 유대교나 이슬람 전통에서 발견되는 전통으로, 특히 이슬람교는 단식중의 기도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단식은 많은 경우 속죄·참회의 뜻을 나타낸다. 또 때로는 수도의 한 형태로 권장된다. 때문인지 세계의 종교들은 특별한 기간이나 특정목적을 위하여 단식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단식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종교적 의미 외에 사회·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저항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그 효시가 간디다. 간디의 단식은 그러나 그 시작이 영국의 지배에 저항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비폭력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폭동을 일으키자 그들의 행위를 보상하고자 하는 의도로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폭력을 반대한 간디로서 선택한 극단적인 행위였다. 간디의 단식은 말하자면 비폭력주의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런 간디의 단식 중에 유명한 게 1932년의 단식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천대받던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그의 단식은 정치적 행동이 아니었다. 목숨을 건 항의였다. 간디가 성인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비폭력 저항의 방식으로 단식을 한국에 도입한 선구자는 함석헌씨다. 힘없는 민중이나 재야의 지성이 정치폭력에 대항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을 택했던 것이다.
이후 야당의 투쟁, 재야의 투쟁에는 반드시 라고 할 정도로 단식이 등장해왔다. 함석헌씨는 그러나 정치인들의 단식을 몹시 못 마땅해 했다고 한다.
식사를 안하고 버텨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치적 전시효과만 노리는 것이 단식이 아니라는 뜻에서다. 단식은 ‘고도의 정신적 저항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동영 열린 우리당 의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힘들다. 판단은 각자 자유니까.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지고 있는 것 같다. 단식이 뭔가 코미디 같이 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옥세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