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선대위원장, 대변인…판 휩쓸어
기 죽은 남성들 “위기 땜질용” 폄하도
<서울-김경원 특파원> 한국 정치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상대적 열등감에 시달리는 남자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남성들이 남자로 태어난 것을 억울해할 만큼 대한민국은 온통 여성 천하다. 이런 현상은 정치판에서 두드러진다. 당 대표, 선거대책위원장, 3개 정당 대변인들, 66개 지역구 후보들, 자민련을 제외한 주요 정당 비례대표 1번.
박근혜 대표가 ‘떴다’하면 대낮에도 큰 길이 막히는 유세현장. 그 뒤를 따라다니던 한 남성 당 관계자는 “기존의 남자 정치인들이 부패하고 추악한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반면에 여성 정치인은 그렇지 않다. 저렇게 사람을 많이 몰고 다니면 기분이 참 좋을 것”이라며 부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남성들의 눈에 비친 여성들의 활약이 곱지만은 않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의료보험 개혁을 위해 뛰어다니던 힐러리가 무수한 남성들의 시기 어린 질타를 받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까.
여의도에서 만난 서영수(45)씨는 “박근혜, 추미애가 나라를 이끌어 갈 능력이 있겠느냐”며 “결국은 각 당에서 위기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땜질용”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남자 위주로 편성된 사회체제에서 한계를 느낄 것이란 주장이다.
여성들의 활약에 대한 남자들의 불만은 가계 살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급여가 은행구좌에 자동이체 되면서부터 아내의 손으로 넘어간 경제권. 집안 경제권 주도 상실에서 오는 남성들의 아쉬움은 퉁퉁 부은 입에서 나오는 불만 차원을 넘어 탄식으로까지 느껴진다.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월급봉투를 들고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반갑게 대했지, 반찬도 다르고-. 근데 요즘은 거꾸로 내가 눈치를 봐. 돈 구경을 못하거든. 용돈을 한푼이라도 더 타내려면 할 수 있어. 비위를 맞추어야지. 일만 죽어라고 하고 돈은 마누라가 쥐고 있고, 정말 머슴살이하는 거지.” 영업택시를 오래 운전했다는 정대수(56)씨의 푸념이다.
여성이 사회의 주역인 것처럼 비춰지는 현실에서 고개를 숙인 한국 남성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전통에서 급속히 변신하고 있는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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