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 워싱턴 DC 연방하원의원 본회의장. 제108회 2차 회의 진행 중. 하원 정부개혁위원회의 멤버인 미시간 출신 밀러 여사가 연단에 올랐다.
“안창호 선생은 2차 대전 종료 때까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웠다. 그는 미국에서 학교를 세우고 사회단체를 조직하며 직업훈련을 시켰다. 안창호 선생은 20세기 초 미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정치 지도자이고 교육자이며 인도주의자였다.”
밀러 여사는 도산의 업적을 기려, LA 한인타운 복판 하버드와 6가에 있는 우체국을 ‘도산 안창호 우체국’으로 바꾸자는 다이앤 왓슨 연방하원의원의 법안에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하원정부개혁위원회 멤버인 일리노이 출신 데이비스가 마이크를 잡았다. 데이비스는 이 법안을 검토하게 된 것을 뿌듯하게 여긴다며 말을 이었다.
“안창호 선생은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한국이 겪는 시련을 극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캘리포니아의 한인사회를 조직하며, 발전시킨 도산의 노력은 정말 대단했다. 우체국이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는 것은 미주 한인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을 대신해 그가 이룬 업적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인타운을 지역구로 포괄하는 왓슨 의원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민 100주년 행사에 참석하면서 교분을 쌓은 의원 보좌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덕에 마련된 이 법안에 왓슨 의원은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LA 한인타운을 포함한 인근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풍요는 한인들이 기울인 노력의 징표다. 그러므로 한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도산의 이름을 따는 것은 바로 한인들의 기여를 인정하는 것이다. 안창호 선생은 단순히 미주 한인의 성공을 상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인과 한국인이 공유하는 민주적 가치의 상징이다.”
주류 정계의 세 인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도산을 기렸다. 도산과 함께 한인들도 덩달아 올라갔다. 법안에 대한 투표 결과는 찬성 399, 반대 0표. 상원이 가결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제화된다.
이제 도산은 주류사회에서도 ‘명품’이다. 리버사이드에 동상이 세워지고, ‘리버사이드를 빛낸 11인’에 선정돼 한 초등학교 강당 외벽에 그려지더니, ‘도산 안창호의 날’까지 선포됐다. 5월말에는 10번과 110번 프리웨이 교차지점 4곳에 ‘도산 안창호 기념 인터체인지’ 표지판이 들어선다. 유적지인 LA 국민회관 복원에 이어 USC 내 도산 가옥을 새 장소로 옮겨 한국학 연구소로 만드는 작업이 추진 중이다.
도산은 저 세상에서도 우리를 드높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거의 선생을 잊고 산다.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흐릿해진 정신을 번쩍 들게 했으면 한다.
<박봉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