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업체선 ‘혼합·정제과정이 중요’강변
자국산은 국내수요도 충족 못해… 대부분 수입
맛도 물론 심장병 예방에도 좋다는 이유로 주가가 올라간 올리브유 중에서 전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최상급으로 대접받는 것은 이탈리아산. 미국에서 인기있는 ‘필리포 베리오’ ‘베르톨리’ 같은 상표의 병에 붙은 레이블에는 올리브 오일의 본향에서 전통적으로 사랑받아 온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수입’ 됐다고 선명하게 인쇄돼 있다.
그러나 올리브 재배지역으로 이름난 루카 지방에 자리잡고 있는 ‘필리포 베리오’ 제조공장에 가보면 전혀 딴판이다. 초현대식 건물 근처에는 올리브 밭은 커녕 커다란 탱커 트럭들이 이탈리아가 아니라 스페인, 그리스, 튜지니아에서 생산된 막대한 양의 올리브 오일을 부려 놓고 떠날 뿐이다. 가끔 이탈리아산 오일도 들어오긴 하지만 루카 지방 것은 아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재배되는 올리브로는 수출은 커녕 국내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올리브를 많이 수확하는 나라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스페인이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대의 올리브 오일 수입국으로 일부는 국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이탈리아제로 둔갑시켜 다시 수출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올리브 오일업계 사람들은 올리브를 따서 기름을 짠 곳이 아니라 혼합, 정제한 곳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중해 전역에서 생산된 올리브 기름중 적절한 것을 골라 해외 시장용 오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숙련된 이탈리아 전문가들이므로 그 올리브 오일은 이탈리아산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살로브사 공장에서 필리포 베리오 상표 올리브 오일이 병에 담겨지고 있다.
“올리브 오일의 산지가 어디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만족”이라고 말하는 ‘살로브’의 알베르토 폰타나 사장은 5대째 ‘필리포 베리오’ 상표 올리브 오일을 수출해 왔다. 그에 따르면 ‘베리오’중 이탈리아산 올리브 오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달라 적으면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데 사정은 베리오의 주 경쟁사인 베르톨리도 마찬가지다. 베르톨리 역시 루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외국산 오일을 사용한다.
이탈리아 업자들의 이와같은 사업 관행은 이탈리아와 유럽, 미국의 관계 법규및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통용되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벨기에의 초컬릿 제조업자들이 사용하는 코코아가 아이보리 코스트산이라고 그 초컬릿이 아프리카 초컬릿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 소비자와 스페인의 올리브 재배업자들의 마음은 개운치가 않다. ‘스페인서 수입’됐다는 말 가지고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못해 오랫동안 이탈리아 업자들만 좋은 일을 시켜 온 스페인 업자들은 스페인산도 마케팅을 잘 해 이미지를 개선시켜야 하겠지만 이탈리아 업자들도 포장및 광고를 좀 더 정직하게 해야할 것이라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뉴욕의 마빈 프랭크라는 변호사가 1990년대말, 소비자를 오도하는 포장및 광고를 했다며 베르톨리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베르톨리 측이 레이블을 수정하기로 하고 합의, 현재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원산지가 표시됐지만 아직도 앞면에는 ‘루카’와 ‘이탈리아에서 수입’됐다는 말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 일에 가장 못마땅한 것은 이탈리아의 올리브 재배업자들이다. 올리브 오일 제조업자들이 값이 싸다는 이유로 의리도 없이 스페인산 올리브 오일을 너무 많이 사들인다는 것이다. 요즘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산 올리브로만 제조됐음을 강조하며 더 비싼 값에 파는 오일들이 늘고 있으나, 원산지 추적이 어려운 관계로 레이블 조작등 올리브 오일 관련 사기 사건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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