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LA 한인타운 식당가에서는 ‘무제한’ 메뉴가 인기이다. 1인당 일정 가격을 내면 양의 제한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메뉴들이다.
메뉴에도 유행이 있어서 얼마 전까지는 ‘콤비네이션’이 유행했다. 고기, 술, 찌개 등을 한 단위로 하는 통합 메뉴로 이들 음식을 따로 주문하는 것 보다 대개 값이 싸기 때문에 퇴근 길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무제한’은 말하자면 ‘콤비네이션’의 2세대인 셈이다. 평소 특별히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선전에는 괜히 솔깃해지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 요즘 ‘무제한’식당들은 평일에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이다. 타운의 한 ‘무제한’식당에서 가볍게 저녁 식사 겸 한잔을 하려던 회사원 P씨가 2차까지 가게 된 사연도 바로 그 때문이다.
“도무지 웨이터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말이 무제한이지 두 번 얻어먹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한번 음식을 날라다 놓고는 웨이터가 얼굴도 내밀지를 않아요. 기다리다 열 받아서 다른 식당으로 갔습니다”
손님이 너무 밀려 일손이 달린 탓도 있겠지만 ‘무제한’이 아니었어도 그랬을까. 값은 정해져 있고 양은 ‘무제한’이다 보니 손님을 외면할수록 식당으로 보면 절약이다. 먹는 시간 보다 목 빼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은 것 - ‘무제한’의 함정이다.
요식업처럼 손님이 광고에 민감한 업종도 드물다. 식당이 새로 문을 열거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신문·방송으로 광고를 하면 손님은 떼로 몰려든다. 직장인들의 중요한 고민중의 하나가 매일 ‘점심 뭐 먹을까’인만큼 새 식당, 새 메뉴가 있다하면 으레 한번씩은 우르르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업주들에게는 함정이다. 업주들은 광고 보고 몰려드는 손님들을 모두‘내 손님’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손님들은 선을 보러 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음식 맛이거나, 서비스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발길을 돌린다.
게다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게 또 식당 소문이다. 식당처럼 입 소문이 중요한 업종도 드물다. 주인이 잠깐 방심한 사이에 손님 한사람이 기분이 상해서 나가면 식당은 한사람의 손님을 잃는 것이 아니다. “그 식당 다시는 안 간다”는 부정적 입 선전은 입에서 입을 거치며 잠재적 손님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쫓아낸다. 한때 반짝했다가 망한 숱한 식당들이 그 증거이다.
손님이 밀릴 때일수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는 식당만이 미래가 있다. 요식업의 생명은 처음도 끝도 정성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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