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요사이 안팎으로 말이 아니다. 정의, 자유, 민주화를 내걸고 이라크를 정복하였으나 반란군들과의 싸움에서 800여 명의 미군, 수천 명의 이라크 인들이 생명을 잃었다. 인명 피해만이 아니다. 이라크 포로들에 대해 성적학대 고문을 일삼은 미군들의 비인간적 행동이 사진, 비디오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짐으로써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안으로는 개솔린 값 상승, 실업률 증가, 중소기업 침체, 빈부 격차 심화로 내환을 앓고 있다. 여기에 매서추세츠 주법원의 동성결혼 인정 판결로 사회가 온통 가치관 혼동의 소용돌이에 몰려있다.
미국을 다시 보게 한다. 미국인들이 이렇게 잔인한 사람들인가. 상관이 시키는 것을 따를 뿐 이었다고 하는데 그 상관이 어느 선상까지 올라가는 상관일까.
미국사회의 정신적 축은 자본주의와 기독교 사상이다. 사회주의 공산국가들과 공존하던 냉전 시대에는 기독교 박애주의 사상이 자본주의의 본성을 견제해 주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견제와 자제에서 오는 도덕적 의식을 무신 유물론자들과 경쟁하는 교두보로 내세우며 자유진영의 장점으로 여겨왔다. 이것이 냉전 종식 이후로는 자본주의 시장논리 절대성으로 대치되고 말았다.
서구 미 자본의 독점횡포가 세계화로 정당화되고 근본적으로 부도덕한 효능 위주의 시장논리가 사회 전체를 휩쓸고 있다. 교육기관, 사회단체, 심지어 교회도 회사경영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민영화로 정부 규모를 축소하자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이라크 전쟁 운영의 많은 부분을 해리버튼 같은 민간 영리업체에 계약제로 분양하므로 야기된 명령 계통의 혼돈이 이번 포로 심문 사건에 한몫을 하게 된 것도 한 예다.
젊은 군인들은 인터넷 세대들이다. 인터넷으로 마음대로 접촉되는 포르노에서 본 성희롱에 익숙한 젊은이들이다. 그래서 자기들은 악의 없는 조롱 정도로 생각해서 사진도 찍고 했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세계문명의 발상지다. 역사는 뒷전이고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하였다. 사담 후세인과 그 정부만이 악이 아니라 이라크인들 모두가 잠재적 악인으로 간주되도록 대통령자신이 분위기를 조성해 놓은 것이다.
그러니 군인들이 이라크인들을 무엇으로 알았겠는가. 백악관 법률고문이 제네바협정을 무시하고 법을 초월한 형태의 심문 허용 해설을 내놓은 것 도 이 분위기에 맞춘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 이면에는 석유자원 확보 이스라엘, 사우디와 부시 일가와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라크 국민 해방 민주화가 얼마나 신실한 동기를 주고 있는 지는 의심스럽다.
어떻든 베트남전쟁 때만해도 특수 사진 기자 아니면 불가능했던 전시현장을 지금은 아무나 캠코더로 쉽게 촬영할 수 있다. 그런 디지털 투명시대 전쟁이 미국의 도덕 부패상을 부각시키는 결과로 치달을 줄은 예견 못 했던 일이다.
대통령 이하 각료 장성들의 일련의 사과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학대받은 포로들에게 보상할 용의를 내비치는 부시 행정부의 반응 또한 시장논리를 반영한다. 돈으로 모독, 경멸을 치유하겠다는 발상이 타 문화권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다. 아무튼 미국의 도덕적 회복이 큰일이다. 회복의 기회는 있다.
인권을 보장하는 주옥같은 미국헌법 첫 10개 수정안이 살아있다. 종교 언론집회의 자유가 있기에 이라크 포로심문방법 제반결정 과정을 신랄하게 폭로 검토하게 한다. 투철한 자기비판 반성 의견 수렴이 산출하는 피드백과 시너지로 개혁 쇄신 할 수 있는 힘이 미국의 저력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에 산다는 것은 큰 실험실 속에서 사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고 고치고 그 결과로 또 고쳐나가는 저력이 미국의 힘이다. 우리도 이 실험실 속에서 주류 사회 도덕성 회복에 적극참여 하여야한다.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즈노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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