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서씨는 6월말에 곧 다가오는 아들의 다섯 번째 생일 파티를 앞두고 벌써 한 달여 잠을 설치며, 자나깨나 불안하며 걱정이 태산이다. 친정 엄마와 형제 자매들이 처음으로 아들 Johnny의 생일 파티에 참석할 것이기 때문이다. 별거 중인 남편 또한 Johnny의 생일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다.
남편이 친정 식구들 앞에서 아주 능력 있고 가정을 잘 돌보는 남편인 양,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아버지인 양 행동할 것이 서씨에게는 빤하게 보인다. 친정식구들은 어느 정도 까지는 그냥 넘어가겠지만 남편의 허세의 정도가 심해지면 남편의 허위와 가장된 행위를 꿰뚫어 볼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유쾌하지 않은 마찰이 생길 것은 명약관하의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아들의 생일 파티에서 남편과 친정식구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을까 밤낮으로 고민하고 연구하며 늘 불안해서 두통, 식욕감퇴, 악몽, 그리고 수면장애를 호소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몇 차례의 상담시간을 갖는 동안, 서씨는 자신의 불안 지수가 낮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불안 증세는 자신이 남편에게 갖고있는 혐오감, 불신감, 경멸감, 원망, 그리고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자신의 친정 식구들에게 투사(Projection)하는 데에서 연유하였다. 서씨는 자기자신이 남편에 대해 느껴왔던 부정적인 감정을, 친정 식구들이 남편에게 대해 느낀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실은 아들의 생일파티에서, 특히 친정 식구들 앞에서, 자기자신이 남편과 갖게될 갈등을 더 많이 두려워하고 있었음을 또한 깨달았다. 자신의 높은 불안지수의 원인이 친정 식구나 남편보다도 자기자신에게 더 많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후 자신과 친정 식구들 사이에 10년이 넘도록 닫혀있던 대화의 창을 여는 시도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늘 싸우던 것을 보며 함께 자란 것, 형제 자매가 편이 갈라져서 부모의 싸움에 휘말렸던 것, 그러한 가족을 등지고 20대의 서씨가 단독 미국 행을 결정하게된 것, 결혼경력이 있었던 남편과 비밀동거를 시작한 것, Johnny를 낳고 나서 한참 후에야 영주권 문제로 결혼을 하면서도 식구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 남편의 잦은 외도와 돈 문제로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은 것, 그리고 별거상태에 이르게 된 부부관계의 현주소 등 친정 식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창피해서 말문을 트지 못했던 사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뜻밖에도 친정식구들은 서씨를 무안주지 않고, 비판하지 않고, 감싸안으며 격려와 위로의 말을 주었다. 서씨는 엄마와 형제 자매에게 과거와 현재의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그 들과 새로운 차원의 관계형성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들의 생일 파티에서 친정 식구들에게 어떠한 특별한 형태로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면서, 서씨는 자신의 불안지수가 현저하게 내려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서씨는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6월말에 있을 아들의 생일파티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은 희 <결혼가족상담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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