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는 식품 중 세상에서 제일 비싼 것은 무엇일까.
쉽게 떠오르는 것은 중국 음식점에서 쓰는 상어 지느러미나 제비집, 혹은 한 병에 수천 달러씩 한다는 고급 포도주 정도. 하지만 그와는 비교도 안되게 비싼 것들이 있다.
“몸에 좋다”“정력에 좋다”면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한국의 보신용 식품들이 그것이다.
보신·정력제라면 지렁이, 거북이, 구렁이… 가리는 게 없는 것이 일부 한국인들의 잡식성 먹성. 가격은 대개 터무니없이 비싼데 그 중에서도 비싼 것은 반달곰의 쓸개이다.
3년 전 한국의 환경부가 조사한 전국 야생동물 밀거래 가격 현황에 따르면 반달곰의 쓸개 하나 가격은 1억원. 거의 10만달러이다.
웅담에 대한 한국인들의 맹신이 워낙 깊다 보니 한국 산야에서 야생 곰은 좀처럼 구경을 할 수가 없게 된지 오래. 반달곰의 경우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설악산 등지에 60마리 정도가 살았지만 지금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는 남지 않았다고 한다.
희귀할수록 가격은 뛰어 올라서 밀렵꾼들 사이에서는 “곰 잡으면 팔자 고친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곰은 못 잡는다 해도 사향노루 한 마리 잡으면 5,000만원, 수달은 200만원, 오소리는 100만원…거의 가격표가 정해진 정도이니 밀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사람들이 웅담 좋아하는 게 이제는 미국 사회에까지 알려졌다. “그 비싼 웅담이 미국에서는 헐값이라더라”라는 말은 이민 와서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 본 말. 웅담 욕심 때문에 한인사회가 미국사회의 구설수에 올랐다.
워싱턴 포스트 1일자 보도에 의하면 워싱턴 D.C. 인근에서 한인들 수십명이 곰 쓸개나 산삼을 샀다가 야생동식물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전국 공원국과 버지니아 수렵국은 작정을 하고 함정수사를 벌였다.
2000년 여름부터 3년 동안 섀난도 국립공원 입구에 가게를 차리고 산삼과 곰을 판다는 신문 광고를 냈는데, 광고를 보고 한인들 40여명이 찾아갔다고 한다. 광고 중 절반은 영어 신문에, 절반은 한국신문에 낸 걸 보면 수사팀은 처음부터 한인들이 걸려 들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기소된 한인들 중에는 암으로 투병중인 아내를 살리기 위해 웅담을 구하러 갔던 남편 등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던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수십명이 그런 절박한 사정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개고기 먹는 민족이라고 눈총을 받고 있는데 이제는 곰 고기까지 먹는다고 소문이 나게 생겼다. 소수민족으로 미국에 살면서 우리의 이미지를 좀 생각해야 하겠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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