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웃음 속 “굿바이…”
■조사에 나타난 레이건 모습
부시 전 대통령 “그에게서 친절과 용기 배워”
멀로니 전 수상 “세계를 변화시킨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사는 워싱턴 내셔널 대성당에 모인 4,000명의 조객들의 눈물과 웃음, 감동과 탄식을 자아냈다.
이날 영결식장에서 조사를 읽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조지 H. 부시 대통령,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와 ‘비디오 연설’을 한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4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주인공은 고인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41대 부시’였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 가끔씩 목소리가 갈라지며 추모사를 읽어 내려간 부시 전 대통령은 “나는 공인 생활중 만난 숫한 사람들 가운데 로널드 레이건으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며 “우리 모두가 그러했듯 나는 그로부터 친절을 배웠고, 미국민 전체가 그랬듯 나 역시 그에게서 용기를 배웠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레이건을 강력한 소신을 지닌, 한없이 낙관적인 인물로 묘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고인은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사실을 믿었고 모두가 자유로워질 권리를 지녔다는 사실을 믿었으며 거만과 편견은 우리 모두 죄스러워해야 할 것으로 여겼다”면서 “무엇보다 고인은 미국이 그저 세계 속의 한 장소가 아니라 세계의 희망임을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레이건과 같은 에이레 혈통을 지닌 그의 절친한 친구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수상은 “레이건은 그의 국가를 감화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킨 대통령이었다”고 추모했다.
■웃음바다로 만든 일화
소년 “방청소 정부 지원을” 편지에
레이건 “재해지역 선포 옳다” 답장
자상하면서도 유머있는 모습 소개
미국은 11일 워싱턴 대성당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국장을 엄숙하고 장중하게 치르는 가운데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추도객은 조사를 통해 레이건 전 대통령의 유머를 소개하면서 웃음으로 영결했다.
부시 대통령이 “많은 국민은 그 분의 친필 서한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한 소년이 그분에게 자기 방 청소를 위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는데 대통령의 답장은 이랬다. `불행히도 자금이 위태로울 정도로 바닥났다. 네 어머니가 네 방을 연방 재해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고 믿는다. 따라서 너는 우리나라의 새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주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구나. 축하한다’”고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자상한 면모를 추모했다.
이에 앞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부시 전 대통령도 “나는 유머가 뭔지, 웃음이 뭔지를 우리의 친구로부터 배웠다”며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한번은 `투투 주교를 만나보니 어떻더냐’는 질문을 받고는 답하기를 `소-소(so-so)’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투투 주교의 발음과 `그저 그렇다’는 뜻의 `소-소‘ 발음을 음운학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들의 레이건 전 대통령 유머를 소개 대목마다 영결식장엔 웃음이 터졌고, 낸시 여사도 미소를 지었다.
윌슨 국장등 거행 ‘살아있는 역사현장’
■워싱턴 내셔널 대성당은
킹 목사 암살전 마지막 설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국장이 거행된 워싱턴 내셔널 대성당은 미국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내셔널 대성당은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국장이 거행됐던 곳이자 윌슨 전 대통령과 헬렌 켈러가 묻힌 곳이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되기 전 마지막으로 설교했던 강단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에는 2001년 9.11테러참사의 희생자 유족들과 미국의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슬픔을 나누고 결의를 다진 곳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정교 분리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국가적인 성당을 건축하고자 하는 계획은 1792년부터 추진됐었다. 당시 연방도시 계획국은 “국가적 용도를 위한 교회”를 설립하기 위해 부지도 따로 설정했었지만 계획이 무산돼 그 부지에는 현재 국립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1891년에 대성당을 건축하려는 움직임이 재개됐고 1893년 연방의회가 미국 성공회 워싱턴 재단에 대성당을 건축할 57에이커의 부지를 제공했다. 이처럼 긴 과정을 거친 끝에 드디어 1907년 디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축사로 기공식이 열렸다.
대성당은 1912년부터 예배가 열리기 시작했으나 공사는 착공후 만 83년인 1990년에 끝났다.
200여개의 착색 유리와 288점의 천사 동상, 110개의 이무기돌, 약 1만500개의 오르간 파이프 등으로 장식된 고딕 양식의 내셔널 대성당은 규모면에서 세계 여섯 번째로,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큰 성당이자 워싱턴 DC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기도 하다.
성공회는 대성당을 모든 종파에 열린 초당적 교회로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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