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가 최근 LA를 비롯 남가주를 대상으로 느닷없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인랜드와 샌디에고 지역에서 수백 명의 불법체류자들이 체포됐으며 앞으로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정부가 불법 체류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벌이는 대상이 대부분 유색인종이라는 점이다. 정부 당국은 수만 명을 상대로 불심 검문을 하며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는데 합법 체류자임을 증명하는 문서를 항상 지니고 있지 않으면 신원 조회를 당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길거리와 직장에서 이민자 커뮤니티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민자를 2등 시민화 하고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 사회에 퍼져 가는 반이민 정서와 맞물려 사회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가 정부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준비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하나 무작위 색출의 문제점은 시류에 영합하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 불법 체류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 살고 있는 불법 체류자 인구는 1,000만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을 전체주의 국가로 만들지 않는 한 이들을 모두 추방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이민자 커뮤니티에 수사관을 풀어 이들 수백 명을 쫓아내 봤자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멕시코 국경 지역에 벽을 쌓고 아무리 순찰을 강화해도 사막과 산을 넘어 미국에 오는 밀입국자 수는 나날이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일자리와 보다 나은 삶을 원하는 라티노와 이들의 노동력을 원하는 비즈니스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간헐적으로 벌이는 불법체류자 단속은 정부 인력의 낭비에 불과하다.
부시 행정부와 연방 의회는 현실과 동떨어진 현행 이민법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면과 노동 허가증 발급 등 이를 총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한다. 일시적인 깜짝 쇼보다 불법 체류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을 정부 당국에 촉구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