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학과공부에 매여있던 아이들이 해방감에 젖어 있다. 느긋하게 늦잠을 즐기고, 숙제·시험 부담 없이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도 하며, 하는 일없이 빈둥거려 보는 것도 처음 며칠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에 방학은 너무 길다. 두달 반의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자녀의 심신 발달과 지적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알 찬 방학을 위해 부모가 생각할 것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는 자녀의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일이다. 빈곤층 아동들이 중류층 이상 아동들에 비해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결정적인 계기는 방학이라는 연구보고들이 있다. 방학동안 중류 이상 가정 아동들은 여행, 캠프, 예체능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갖는데 비해 도심의 빈곤층 아동들은 아무런 지적 자극 없이 방치되어 있는 것이 두 그룹간 지적 성장의 차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인 부모들이 방학중 자녀들을 학원으로 보내는 것은 지적 자극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경험의 폭을 너무 좁게 한다는 단점이 있다. 자녀의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고 타고난 재능을 키우려면 경험을 ‘공부’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유적지, 산과 바다가 모두 ‘교실’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일이다. 방학이 되면 부모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자녀의 탈선 가능성이다. 시간은 무한정으로 남아돌고 할 일은 없는 방학중 청소년들은 탈선의 유혹에 빠지기가 쉽다. 정신적 미성숙과 호기심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뿌리가 굳건한 나무의 열매들은 바람에 흔들려도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부모와의 관계가 튼튼한 자녀들은 잠시 흔들렸다가도 곧 제자리를 찾는다.
한지붕 밑에 살면서도 부모는 일에, 자녀들은 학과공부에 매여 서로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많은 가정들의 형편이다. 부모와 자녀가 가족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느끼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휴가는 필수이다. 다소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가족들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가 가슴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며 신뢰감을 깊게 할수록 자녀라는 나무의 뿌리는 튼튼해진다.
여름방학은 교육의 주도권이 학교에서 가정으로 넘어오는 기간이다. 자녀가 적성을 찾고 재능을 키우며 인격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부모가 주도권을 행사해야 하겠다. 학교의 방학은 부모의 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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