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초등학교 시절에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그거야 당연히 만화방에서 만화책 읽는 거였지. 뭐? 만화책 읽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어? 만화책은 움직이는 화면도 없는 그냥 밋밋한 책이잖아. 3차원도 아니고 서로 게임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재미가 있지.
얘야. 그러나 추운 겨울날 만화방 난로 가에 앉아 만화책을 읽으면서, 긴 꼬챙이에 꽂힌 따끈따끈한 오뎅을 먹는 재미는 이 세상의 어떤 것하고도 바꿀 수 없었어.
아빠, 도대체 만화방은 어떻게 생겼고 어떤 애들이 다니던 곳이었어? 아빠가 어렸을 적에는 만화방이 우리들을 위한 최고의 오락실이었어. 자그마한 가게 안에 수백 권의 만화책들을 진열해 놓고, 권당 몇 원씩 받으면서 책을 빌려 줬었지. 그리고 가게 안에서 사탕이나 오뎅을 팔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때 가장 인기 있었던 만화책들은 야구와 유도 그리고 투견대회 시리즈들이었어.
학교에서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만화 시리즈 이야기로 열띤 토론도 벌이곤 했지. 응, 이제 알겠다, 왜 아빠가 책 읽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그러니까, 아빠의 책 읽는 취미는 만화방에서부터 시작했네.
얼마 전 둘째 아들과 함께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 관한 대화의 일부 내용이다. 정보화 시대에 성장하고 있는 아들의 입장에서 만화방 얘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둘째 녀석이 말한 대로 나의 책 읽는 취미는 어린 시절 만화방에서 시작했다.
이번 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긴 여름방학 동안 자녀들의 책읽기 문제로 많은 학부모들이 걱정을 한다.
특히 2005년부터 SAT I 시험에 영작문이 첨가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럴 때일수록 책읽기는 더더욱 중요하다. SAT I 영작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력,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사례 제시, 설득력 있는 표현과 전체적인 글의 구성과 논리 전개가 요구된다.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은 역시 책 읽는 습관을 가지는 일이다.
좋은 예로, 나폴레옹은 파리 육군사관학교를 마치고 군대에 복무하면서 책방의 책을 먹어 없앨 정도로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성공 비결은 바로 이런 엄청난 책읽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유배를 떠나는 배 안에서도 그는 책을 읽으며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리고 책벌레로 유명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학생 시절과 주지사 시절에도 책을 끼고 살았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는 책을 단 한순간도 곁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다고 한다. 특히 그의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논리 정연하게 답변해 내는 실력은 바로 그의 책읽기의 결과라고 한다.
요즘 일부 사람들은 정보와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해서 책읽기의 중요도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냉정히 분석해 볼 때, 정보사회의 빈곤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가 책읽기라는 것을 우리는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녀들에게 어떻게 책읽기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부모들이 솔선수범해서 자녀들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직접 보여주며, 자녀들로 하여금 책 읽은 재미를 갖게 한 후에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부모는 자녀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항상 보여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책읽기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꿈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손국락 라번대 겸임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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