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은 쇼핑센터가 즐비하다. 외관상으로는 서방 세계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전혀 다른 사회다. 한 미국인 학자는 이 사회를 ‘증오의 왕국’이라고 불렀다. 와하비즘이라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지배하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의 상류계급 출신이다. 9.11 테러를 감행한 19명 테러리스트 중 15명이 사우디 인이다. 이들의 의식구조를 지배하는 게 바로 와하비즘이다.
와하비즘은 와하브(Wahab)란 이름에서 유래됐다. 무하마드 알 와하브다.
코란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 이에 따르지 않는 자는 타락한 자이거나, 이교도다. 이들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감출 필요가 없다.
18세기 타락한 칼리프의 이슬람 세계가 기독교 문명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근본주의적 종교개혁이다. 이런 와하비의 가르침이 바로 와하비즘 이다.
이들은 일종의 유토피아 건설을 꿈꾸고 있다. 7세기적인 삶, 다시 말해 예언자 무하마드의 초기 이슬람시대로의 회귀다. 그 유토피아에의 꿈은 현대문명에 대한 증오에 찬 저항으로 표출된다.
이를 위해서는 예언자 무하마드의 방식을 본 딸 필요가 있다.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이다. 그리고 보니 무장하지 않은 포로의 목을 베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초기 이슬람의 전통이니까.
19세기 초 아라비아반도의 유력한 부족장이던 사우드는 이 와하비 교단과 함께 메카를 함락한다. 이후 와하비즘은 사우디 왕가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됐다.
와하비즘은 사우디의 학교교육을 장악해 젊은 세대를 이슬람 근본주의로 세뇌했다. 그리고 막대한 오일 달러와 함께 와하비즘의 수출이 본격화됐다.
탈레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체첸과 보스니아의 이슬람 과격단체, 그리고 이라크 내에 산재한 여러 테러집단의 배후에서 발견되는 게 바로 ‘신의 사형 집행자’를 자처하는 와하비즘이다.
와하비즘 신봉자들이 보기엔 이라크 전쟁도, 또 이라크 건설을 돕는 운동도 모두 타락한 이교도의 도전이다. 그러므로 서슴없이 응징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 방식이 무고한 민간인 납치와 목베기다. 몇 사람의 미국인이 희생됐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인도 납치됐다. 김선일씨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참으로 난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원칙은 테러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김선일씨가 무사히 구출되기를 기도한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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