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와 이라크 전쟁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이 9.11 진상규명위원회 참모들의 보고서에 대해 온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후세인과 알카에다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주장을 전면 폐기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연계설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공격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였으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 무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대량살상 무기가 없다는 정보를 무시하고, 아니 정보기관에 압력을 넣어 전쟁 명분으로 밀어붙이려 했는지 모른다. 유럽이나 상당수 민주당원들조차 대량살상 무기가 있을 것으로 믿었으니 부시가 공격을 결행한 것은 약간의 면피가 될지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9.11을 후세인과 연결시킨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국민에게 전쟁의 불가피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선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없었다. 나를 포함해 대다수 국민은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의 연계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지했었다.
그런데 일부 매파들이 후세인과 9.11을 연계시켰다. 2001년 프라하에서 모하마드 아타와 이라크 정보원이 회동했다는 보도를 퍼뜨렸고 언론의 보수 논객들이 여기에 앞다퉈 초점을 맞추었다. 아타는 9.11 계획의 주모자였고 납치 여객기 중 하나를 조종했었다. 수긍이 갈만한 보도임에는 틀림없다.
뉴욕타임스의 윌리엄 새파이어는 이 연계설을 덥석 받아먹었다. 그러니 이 회동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연계설을 전면 부인하는 9.11 진상규명위원회 참모들의 보고서에 발끈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보고서는 또 “우리는 이라크와 알카에다가 미국에 대한 공격에 공모했다는 어떠한 믿을 만한 증거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단정하고 “이라크는 빈 라덴의 공조 요청에 대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공격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이젠 방향을 틀고 있다. 중동 민주화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정착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매파들은 또 이라크 공격은 테러에의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후세인과 알카에다 연계 증거를 찾으려 무진 애를 쓴 것이다. 모든 혐의를 끄집어내려 했다. 부시와 체니는 이라크 전쟁 전후 후세인과 알카에다를 연계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젠 자신들은 결코 이라크 정권을 9.11에 실질적으로 연계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자신들이 그토록 집착해 온 연계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만일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더 이상 허무맹랑한 연계설을 들먹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J. 디온 주니어/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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