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송씨는 아파트 주인으로부터 3일 이내로 집세를 내던지 이사를 나가라는 통지를 몇 달 전에 받았었다. 그때 집세를 겨우겨우 마련해 지불했는데 이 달에 또 같은 통지서를 받았다. 집세와 공과금 등 돈 문제를 놓고 남편과 다투기를 2년 넘게 하였다. 빈번한 다툼에 지친 송씨 부부는 두 달 전 별거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별거를 시작하자마자 송씨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신과 4살 짜리 딸, 수지의 양육을 이유로 송씨가 직장을 찾는 일은 잠시 미루어야 한다고 송씨 부부는 합의하였다.
남편은 수지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부모에게서 이어받은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였고, 어려서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은 모르고 지내왔다. 남편의 사업체에 운영문제가 생겨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고 문을 닫고 나온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대부분의 직장은 남편의 마음에 합당하지 않아서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일한 곳이 없다. 송씨는 남편과 싸울 때마다 남편이 얼마나 무능력하고, 게으르고, 책임감 없고, 못난 인간인지를 반복해서 선언해왔다. 그렇게 한바탕 싸우고 난 뒤에는, 남편은 으레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나가곤 했다.
송씨는 자신이 남편에게 갖고 있는 부글부글 끓는 원망과 분노 때문에 상담을 시작하였다. 상담 중 ‘나 문장’에 대해 배운 뒤 주저함과 쑥스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하루는 남편에게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말을 내밀었다.
“‘당신은’ 뭐가 그렇게 잘났어?” 대신에 “집세를 못 내서 아파트에서 쫓겨날까봐 ‘나는’ 걱정이 태산이야”라고 말을 꺼내었다. 남편은 자기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집세를 지불할 돈이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남편의 자존심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말로 화풀이하고 싶은 충동이 굴뚝같았지만 몇 번이나 꾹 참았다. 대신 ‘나’로 시작하는 ‘나 문장’ 기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온 전력을 기울였다.
“나는 공과금 내야할 돈으로 당신이 술을 마실까봐 자꾸만 불안해져요” “수지와 자동차에서 살아야 할까봐 나는 두려움이 앞서요” “임신한 아이가 충분한 영양과 행복한 가정을 누리지 못할까봐 나는 우울해져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 요즘 뭔지 모르게 변했어” “당신과 싸우지 않고 얘기를 하니까 참 좋은데!” “돈이 없어서 걱정인걸 아는데 내가 어떻게 융통해 볼께” 송씨 부부에게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겨서 돈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 문장’을 기용하면서 송씨 자신과 남편 두 사람 모두 싸우지 않고 만족스러운 대화로써 가정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이 은 희 <결혼가족상담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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