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 역사가 이미 100년을 넘었지만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의 이민자들 중에는 70년 말과 80년대에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 당시 부모의 손을 잡고 이민 온 1.5세대들도 이제는 어느덧 장년이 되었고 계속해서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3세들이 자랑스런 한인 이민 역사의 맥을 잇고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육을 받다가 이민 온 1.5세들은 1세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한국적 사고 방식과 문화를 고수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고, 초등학교도 채 들어가기 전에 이민 온 어린 자녀들은 곧바로 미국식 사고방식과 문화에 젖게되어 한국적인 것은 대부분 잃는 경우를 본다.
최근 극소수의 한인 1.5세들의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말미암아 마치 대부분의 1.5세들이 누구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리며, 한국과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문제아’ 취급받는 보도를 접하였다. 한국에서는 한국어가 유창함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마치 미국사람인양 행세하고, 미국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기에 영어가 익숙지 못한 1세들의 주머니나 노리는 사기꾼들로 그려지는 것을 보면서 1.5세로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1.5세들은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부모 세대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어려움 속에서 미국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 쳤었고, 자신을 버린 채 힘들고 고달픈 일을 감당하던 부모님들께 감사해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1.5세들은 미국에 오기를 직접 결정했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의도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미국에 오게 된 세대이다. 한창 민감한 나이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언어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어떤 1.5세들은 자신들이 영어도 못하고 한국말도 잘 못한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부모님들이 밤낮 없이 돈벌이에 몰두하는 동안, 1.5세들도 역시 식구들끼리 오붓한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외로운 사춘기를 보낸다. 집 열쇠를 목에 걸고 학교에 갔다가 방과후에는 아무도 없는 캄캄한 집으로 돌아와 밥 챙겨먹는 것부터 숙제, 준비물 챙기기까지 혼자 다 알아서 해야 하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저녁때나 주말에는 부모님 가게에 나가 늦게까지 도와드리든지 아니면,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해서 가계에 보태기도 한다.
1.5세들은 1세와 2세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한국과 미국 어느 곳에도 완전하게 속해있지 못한 것 같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태생 한인 고등학생들과 미국태생 학생들간의 갈등을 보면서 왜 같은 한인아이들이 패를 갈라 싸우는 지 무척 마음이 아팠다.
우리 이민자들은 미국태생 여부를 떠나 이민자의 자손이며, 심하게 말하면 이방인이다. 따라서 주류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들이 너무도 높다. 그런 우리들이 미국에 와서까지 패를 가르고 서로에게 손가락질 해야하는 지 알 수가 없다.
1세는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와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 주류 사회를 헤쳐 가는 1.5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1.5세들은 자식들을 위해 너무도 생소한 이국 땅에서 자식들의 성공만을 위해 몸바친 부모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이곳에서 태어나는 그들의 2세들은 1세나 1.5세가 이해하기 어려운 또 다른 장벽과 차별을 헤쳐나가며 살아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들 2세들이 겪는 아픔을 치유하고 어루만져 줄 준비는 되어 있는 것인지. 세대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강소아 텐 커뮤니케이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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