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요법 치료효과 주목
근육긴장·심장박동 증가 동반
병원에 가면 “정상”진단
약물요법으론 근본치료 안돼
1. 그 사람만 만나면 너무 무섭다. 생각만 해도 무섭다. 내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겁부터 덜컥 난다.
2. 갑자기 심장이 막 뛴다. 식은땀도 줄줄 흐른다. 꼭 죽을 것만 같다. 기절한 적도 있다. 의사는 정상이라는데 도무지 원인을 모르겠다.
3. 학교에 보내놓은 아이가 걱정돼서 견딜 수가 없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거나 뛰어 놀다 다쳤으면 어떡하나. 오후에 픽업할 때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되지만 다음날은 하루종일 불안하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들이다. `질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소심한 성격 탓이라고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러나 주변엔 의외로 이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두 번이 아니라 계속 비슷한 증상이 이어진다면 `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바로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다.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이유 없이 불안에 떨고 그것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불안장애는 보통 공포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등으로 나뉜다. 앞서 든 세 가지 예는 이들 장애환자의 일반적 증상이다.
문제는 정신적인 문제뿐 아니라 신체증상도 뒤따른다는 것이다. 심장박동 증가나 식은땀, 근육긴장 등이 일어난다. 소화불량, 두통, 불면증도 흔히 수반되는 증상들이다. 이 경우 병원에 가봐도 내과진단만으로는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올 때가 많다.
미국에서만 1,9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안장애는 보통 약물요법과 심리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항우울제 등을 주로 쓰는 약물 요법은 약효가 떨어지면 금세 재발된다는 단점이 있다. 정신과의사나 심리치료사에게 고민과 걱정을 주로 털어놓고 심리적 안정을 찾아나가는 심리요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치료법은 행동요법이다. 잘못된 습관이나 생각을 고쳐서 불안요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이와 관련 최근 UCLA대학 신경정신과 연구소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들고 나와 관심을 끌었다. 요점은 `불안장애 환자들을 불안의 바다에 빠트리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불안요소를 없애는 게 아니라 장애를 일으키는 모든 불안과 직면하도록 만들어 그 민감도를 줄인다는 것이다.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원인들을 죄다 끄집어내 계속 경험하도록 해 실체를 깨닫게 되면 오히려 장애가 감소한다는 원리다.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 힌트를 얻었다. 쥐가 공포를 느끼는 물건들을 한번에 모두 쌓아놓고 실험한 결과 쥐들의 공포반응이 크게 줄었다. 특히 물건과 가까이 있을수록 공포심 감소반응이 뚜렷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착수했다.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불안장애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의학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신복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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