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겼다 하면 한약방, 아니면 교회다. 오래 전 나온 말이다. 한인 교회 수가 급격히 늘면서 나온 말일 게다.
그 말이 실감난다. 옛날에는 자주 지나던 길이다. 오랜만에 지난다. 풍경은 의구하다. 그런데 변한 게 있다. 간판이다. 그 건물 그대로인데 못 보던 간판이 걸려 있다. 한인 교회다.
한 블럭에 서너 개 정도는 예사다. 네거리. 동서남북에 자리잡은 건물마다 한인 교회 간판이 보인다. 심지어 한 건물에 두세 개도 보통이다.
LA 일원에만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미국 전역의 한인 교회 숫자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가. 하루 단위로 그 수치가 달라져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을 정도다. 바람직한 현상인가.
정치와 교회는 분리되어야 한다. 요즘 미국 사회에서 새삼 일고 있는 운동이다. 교회가 직·간접적으로 너무 정치에 파고들었다는 주장에서 나온 운동이다.
같은 기독교 전통의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오직 미국만의, 아주 특이한 미국적 현상이다. 미국의 교회는 정치·사회 전반에 왜 이처럼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을까.
미국의 건국 시조들이 일찍이 정치와 종교를 철저히 분리한 결과다. 한 역사학자의 지적이다. 유럽에서는 국가가 교회를 적극 보호하고 나섰다. 그 결과 교회는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과보호가 가져온 결과다.
미국의 교회들은 그 반대다. 자유방임 상태다. 모든 것이 경쟁이다. 교회는 생존을 위해 적극 고객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고객(신자)이 크게 늘었고 교회의 영향력은 비례해 커졌다는 것이다.
일종의 시장경제론 측면의 해석이다. 교회 식으로 풀이하면 이렇다. 작고 힘없어 보이는 교회다. 이 교회가 거친 광야생활을 통해 생명력이 강하고 커졌다는 것이다.
한인 교회의 문제로 되돌아가자. 매일 같이 생기는 교회. 바람직한 현상인가. “그렇지요. 자고 깨면 술집이 수십 개 생기는 것보다 교회가 생기는 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꽤 오래 전 한 한인 목회자가 신문지상에 발표한 ‘답’이다. 굳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논지다. 맞는 말인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이제는 커뮤니티를 향해, 미국 사회를 향해 교회가 목소리를 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 상상해 본다. 수천 개의 한인 교회가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로 크게 부르짖는다. 과연 어떤 결과가 올까.
<옥세철 논설실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