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중학생과 초등학생 형제를 데리고 서울에 간 한 어머니는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했다. 평소 독서를 즐겨 하지 않는 두 아들에게 책 읽는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을 찾았다.
적막한 대학도서관에 데리고 갔으니 아이들의 입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우수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도서관이다”는 어머니의 말이 두 아들의 귀에 얼마나 찡하게 들렸는지 모르지만 어머니의 집요함은 멈추지 않았다.
이 어머니는 알고 지내는 이웃이 쓴 책을 도서관 서고에서 찾아내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너희들도 커서 책을 쓰고 그 책이 도서관에 보관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소리 없이 드러냈다. 대학도서관 방문은 독서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 두 아들의 향학열을 자극하려는 ‘맹모’의 고단수 처방이었다.
다른 어머니는 한국에 데려간 중학생 남매의 뿌리교육에 ‘승부’를 걸었다. 당초에는 방학기간 내내 놀릴 수 없다는 생각에 영어, 수학 교재와 교양서적들을 챙겨가려고 했다가 원래 계획을 따르기로 했다.
이 어머니는 한국을 처음 가보는 아이들의 뿌리교육에는 가족, 친지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다고 여겼다. 생면부지의 친척어른, 사촌, 친구들과 마주보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아이들의 가슴에 ‘천금의 추억’으로 자리잡길 기대했다. 혈연의 소중함을 진하게 느끼도록 하자는 게 이 ‘맹모’의 바램이다.
또 다른 한인은 자녀에게 한국을 두루 다니며 체험하게 했다. 미국과 비교해 배울 것은 배우고 삼갈 것은 삼가도록 현장교육의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미 동부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네 아이들은 한국에서 무슨 과외 하냐?”는 질문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더니, “요즘엔 한국 가서 과외 한 두 개 하는 것은 기본이더라”는 것이었다. 이 한인은 전화를 끊고 잠시 싱숭생숭했지만 아이들에게 참교육의 현장을 제공했다는 자부심에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미국에서 살던 아이들 중 일부가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가면 고액 ‘명품과외’를 받는다고 한다. 극성 부모의 성적 위주 교육은 아이들을 ‘학점의 굴레’로 옭아맨다. 물론 실력이 한참 부족해 방학 기간 중 보충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또 새 학기에 배울 것을 미리 들여다보면 나중에 편한 점도 있다.
그러나 방학은 삶의 멋과 맛을 새롭게 접근할 기회이다. 점수만을 따지는 ‘맹모’는 모두를 피곤하게 할뿐이다. 방학도 절반이 훌쩍 지나갔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묵은 교육환경보다 싱싱한 교육환경을 찾아다니는 ‘맹모’가 돼보면 어떨까.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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