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의 한 대형 나이트 클럽이다. 살인 청부업자가 찾아들었다. 타겟은 한 중년의 한인. 보디가드들로 둘려 싸였다. 갱 두목의 풍모가 역력하다.
청부업자는 맡은 바 일을 해낸다. 총격전이 벌어지고 순간 환락의 장소는 아수라장이 된다. 한 밤중에 타운이 벌컥 뒤집혔다.
실제상황이 아니다. 영화 장면이다. 지난 주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 ‘콜래터럴’의 주요 파트를 이루는 장면이다. 그 무대가 한인타운이다. 한인들로 북적이는 심야 유흥업소. 한국어 간판도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살인에, 총격전이 전개된다.
언제부터인지 미국영화에 한인타운이 자주 등장해왔다. 그 영화라는 게 그런데 그렇다. 뻔한 내용의 싸구려 폭력 영화다. 이런 영화에 나타나는 한인타운의 모습은 정형화 돼있다. 한마디로 갱 랜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현실이 아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다음에야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달리 볼 수도 있다. 영화는 때로는 현실보다도 더 진실을 말할 수도 있어서다. 허구다. 그렇지만 리얼리티에 바탕을 두었다. 그러므로 영화는 현실을 통렬히 고발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한인타운은 무법지대다. 이번에는 뉴욕타임스가 고발하고 나섰다. 온갖 불법, 편법 영업행위가 판친다. 금연조례 정도는 아예 무시되기 일쑤로 이 건 마치 다른 나라의 법이 적용되는 이색지대와 같다. 그 고발 내용이 신랄하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다. 유흥업소가 새벽 2시를 넘겨 불법영업을 하는 것쯤은 예사다. 웨이터가 남성고객에게 여성고객을 소개해준다. 이걸 ‘부킹’이라 한다…. 그리고 밤새 먹고 마신다.
한인들에게는 뭐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이 정도면 그나마 건강한 편이랄 수 있는 게 한인타운의 밤 문화이니 말이다. 어찌됐든 불야성을 이루는 한인타운의 밤이 뉴욕타임스에게는 상당히 쇼킹하게 비쳐진 모양이다.
사람의 감각이란 믿을 수 없다. 적응이 빨라 하는 말이다. 특히 적응이 빠른 게 후각(嗅覺)같다. 냄새가 난다. 아주 고약하다. 처음에는 코를 쥔다. 그 냄새에 익숙하다보면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다.
“한인타운은 무법지대다.”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의 보도다. 그런데도 무감각한 표정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So, what!’ 정도의 반응이라고 할지, 그런 게 느껴진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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