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자녀들을 한국에 보낸 가정들이 많다. 오래 못 본 친척들도 만나고 한국말도 익히면서 ‘뿌리’의식을 깊게 해주고 싶은 것이 일반적 부모들의 바람일 것이다.
남가주 밸리의 한 주부도 고교생 남매를 한국에 보냈는데 3~4주만에 돌아온 그 아이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 너무 좋아요”
“비싼 항공료를 들여서 보낸 보람이 있구나 흐뭇했지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그게 아니었어요”
아들의 트렁크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컴퓨터 게임들, 각종 영화 DVD들 … 최근에 극장에서 방영된 영화는 물론 현재 방영 중인 영화까지 DVD로 나와 있었다.
“미국에서 게임 하나 살 돈이면 한국에서 10개를 살수가 있어요. 영화 DVD는 7,000원씩이고 … 한국, 너무 좋아요”
아들을 흥분시킨 것은 ‘한국’의 문화나 역사가 아니라 값싼 해적판들이었다. “한국은 가짜 천국”이라고 좋아하는 아이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장이 애매하더라고 그 주부는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어 연수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서울에 머물었던 2세 여대생 B양은 유명 브랜드 ‘모조품 전문가’가 되었다. 프라다, 루이 비통, 페라가모, 구찌 … 미국에서는 구경도 할수 없던 소위 명품들을 즐비하게 갖추었는데 그 모두는 물론 ‘짝퉁’이다.
“주말마다 이태원에 갔는데 그냥 내놓고 파는 물건들은 품질이 좋지 않아요. 가게 안쪽으로 가면 문이 있고 그 뒤로 들어가면 거기 진짜 품질 좋은 모조품들이 있지요”
그렇게 자주 다니다 보니 짝퉁 중에서도 진짜와 구분이 어려운 최상품을 고르는 안목을 갖추게 되었다고 그는 자랑한다.
한국 사람들은 워낙 손재주가 좋아서 모조품을 하나 만들어도 정교하게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샘플을 하나 가져다주거나, 하다 못해 상품 브로셔만 갖다 줘도 모조품 전문가들은 다음 날로 똑같이 만들어 낸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이 ‘가짜 천국’의 ‘영예’를 누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조품 시장에 중국이 끼여든 것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어마어마한 양을 만들어내는 중국산 모조품 홍수 앞에서 한국의 짝퉁 제조업체들이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최근 타임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모조품 제조 판매는 이제 연간 수천억 달러 규모의 국제적 사업이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국에서 만든 가짜 샤넬, 가짜 프라다가 아시아, 유럽, 미국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전 세계가 가짜 천국이 되고 있다. 가짜의 홍수로 전 세계의 산업과 양심이 익사할 판이다. 지적 소유권 보호 장치가 시급하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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