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가정의 아이들이 한국 전쟁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더군요. 의외였어요”
언젠가 한 백인 초등학교 교사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한국 전쟁을 가르치면서 한인 아동들에게 한국 전쟁에 관해 들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자고 했더니 들어본 적도 없다는 반응이더라는 것이다.
“그 부모들도 전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조부모 세대는 분명 전쟁을 경험했을 텐데, 한인들은 가족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나요?”
그가 의아해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2차 대전 참전 용사 였는 데 마주 앉기만 하면 ‘전쟁’이야기를 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군에 있을 때…”라고 할아버지가 입을 열면 그는 그 다음 대목을 줄줄 외울 정도였다고 한다.
‘식탁 대화’의 부재는 한인 가정이 다른 미국 가정과 다른 점으로 자주 지적이 된다. 미국 가정에 초대를 받아 가보면 식사시간이 참 시끄럽고 길다. 식구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해서 열띤 토론의 장이 되곤 한다.
그에 비해 한인들이 가족끼리 식사를 할 때면 대개 조용하다. 아버지는 신문을 읽으며 밥을 먹고, 엄마와 자녀간 대화는 “많이 먹어라”“숙제는 했니?”수준.
그런데 이렇게 토론 없는 분위기가 집안의 문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실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자녀가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받는 언어자극이 장차 학업 및 사회 경제적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연구결과이다.
연구진은 대학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 가정과 일반 중산층 가정, 그리고 웰페어 수혜가정을 대상으로 2년 반 동안 매달 부모와 자녀간 대화 내용을 녹음해서 분석했는데 전문직 종사자 부모일수록 자녀들과 나누는 대화의 양이 많고 내용도 일방적 명령보다는 격려의 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와 대화가 많을수록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사고력과 분석력을 기르고, 자기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고 연구진은 결론을 내렸다.
2004학년도 캘리포니아 표준고사(CST)와 캘리포니아 성취도 평가시험(CAT/6) 성적이 16일 발표되었다. 한인 학생들의 성적이 높다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성적이 실력은 아니다.
어느 교사의 지적이다.
“한인 학생들을 보면 공부는 잘 하는데 앞에 나와 발표하고 토론을 하는 데는 약한 경우가 많아요. 일반 미국 아이들은 공부는 좀 처지지만 리더십이 있고, 토론을 잘 하지요. 이제까지 경험으로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면서 성공하는 학생들은 후자입니다”
저녁 식사 자리가 좀 시끄러워져야 할 이유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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