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딸리는 건 인정하자. 단 자신감은 잃지 말자”
제자 유승민을 ‘전장’으로 내보내면서 스승 김택수가 던진 마지막 가르침이라고 한다.
유승민 선수가 23일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선수 왕하오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딴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탁구에 관한 한 난공불락의 철옹성이었다. 중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연속으로 금메달 싹쓸이를 노리던 중이었다.
게다가 왕하오는 또 어떤 인물인가. 유승민에게 그는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었다. 99년 아시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이긴 적은 있지만 성인대회에서 6번을 맞붙어 6번을 패했다. 한두번도 아니고 6번을 내리 지고 나면 주눅이 들어서 있는 실력도 발휘를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던 유승민이 이번에 왕하오를 꺾었으니 일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사건이자 한국으로서는 16년만에 첫 탁구 금메달을 얻는 기쁨을 누렸다.
김 코치가 인정했듯이 유승민이 실력에서 우세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루 3,000개씩 공을 던진 피나는 훈련과 함께 삭발로 다진 결전의 의지, 즉 정신력이 힘을 발휘했던 것 같다. 스승의 가르침대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은 결과이다.
올림픽은 궁극적으로 정신력의 대결이라고 한다. 올림픽에 나올 정도의 엘리트 선수들이라면 육체적 기량은 모두 비슷한 수준이고, 그 우수한 선수들 사이에서 승패를 가리는 것은 결국 정신력이라는 것이다. 경기 순간에 정신적으로 얼마나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느냐가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다.
양태영 선수가 심판의 오심으로 금메달 대신 동메달을 따서 모두들 억울해 하고 있지만 심판이 잘못 채점한 점수라는 것이 정말로 작은 숫자이다. 양선수가 평행봉에서 가산점 0.2가 붙는 고난도 기술을 펼쳤는데 심판은 이를 0.1점 짜리로 잘못 판정했다. 0.1점의 잘못이 메달을 바꿀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금메달을 딴 폴 햄과 양태영의 점수 차이는 실제로 0.049점이다.
이 정도면 실력은 비슷하다고 보아야 한다. 경기 현장에서 얼마나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 운동선수들이 하는 운동이 있다. 정신을 집중해 가장 완벽한 포즈를 머리 속으로 계속 반복해 그려보는 상상력 운동이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상상만으로 체조를 하고, 다이빙을 해도 대뇌에서는 실제로 그 행동을 했을 때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머릿속 운동이고 훈련이다. 세상사는 많은 경우 마인드 게임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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