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대대로 내려온 철저한 보수냐, 혁신이냐의 이분법적 정치문화 속에서 혁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신세대에 대해서 보수의 구세대가 크게 염려하며 억제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8.15해방 이후 약 60년 동안 신탁통치를 찬성하면 좌익이고 반대하면 우익이다, 북진 통일을 주장하면 우익이고 평화통일을 주장하면 좌익이다, 유신을 지지하면 우익이고 반대하면 좌익이다 등등 이분법적 정치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주목할 것은 역대 정권들이 “용공은 반공이 아니니까 우익이 아니며, 우익이 아니므로 좌익이다. 고로 공산당이다” 라는 등식을 고정 관념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혁신은 우익이 아니니까 좌익이다. 고로 공산당이다” 라는 비약된 논리에 억지로 적용시켜 수많은 사람들이 관제 빨갱이가 되어 처형당해야 했다.
유명한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의 반영’(Reflections on the Revolution in France)이라는 저서에서 사상 처음으로 보수혁신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그 의미와 체계를 정리한 바 있다.
즉 1789년 시민혁명으로 부르봉 왕가의 절대군주제도에서 벗어났지만 제1공화정으로부터 제3공화정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 동안 보수와 혁신주의의 갈등으로 피를 흘리는 소용돌이 속에서 헤매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보수주의는 기존체제 내의 기득권자들이 안전과 전통의 중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가치분배의 원리방식, 질서를 온전케 하고자하는 사고와 태도라고 했다.
그러나 보수주의가 보수하고자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보수주의와 혁신주의는 서로 상대적인 개념이며 어제의 혁신의 내용이 오늘에 와서는 보수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또 혁신을 수행하는 혁신적 보수주의와 보수를 수행하는 보수적 혁신주의의 존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적절한 예가 점진적이며 피를 흘리지 않은 영국이 표본적인 경우이다. 즉 진보적이며 혁신적인 목소리를 보수당이 유연하게 수용하여 왔고 노동당 역시 보수의 목소리를 수용해 왔다.
우리가 고국의 현 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급진적이며 피를 흘리는 프랑스식 개혁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혁신주의와 혁명주의를 구별해서 언행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말하는 혁신주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총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극히 주의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혁신주의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의회제도와 민주적 절차를 통한 체제 개혁을 바라고 있지, 결코 혁명주의가 자본주의를 섬멸하기 위해서 무산대중의 폭력혁명을 통하여 체제를 전복하고 그들에 의한 독재 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무튼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혁신을 너무 촉구하다가 보면 열린 우리당 신기남 전 의장의 경우처럼 위선자들이 자기가 설치한 덫에 자신이 걸려들게 된다는 현실정치의 생리 정도는 알고 정치를 해야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으로부터 역습을 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소지도 감소시키고 공신력도 추락시키지 않을 것이다.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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