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너무 맑고 밝다. 수영장바닥에 비치는 눈부시게 영롱한 물 그림자가 출렁출렁 흔들리며 패턴을 만들어낸다. 다이아몬드형의 물 그림자는 어느 하나도 같지 않고 어느 하나도 틀리지 않게 조화롭다. 정적이면서 동시에 동적인 물과 햇살의 서성임.
남가주에 살며 pop artist로 널리 알려져 있는 데드 하크니는 그 물살의 그림자를 연작으로 그려냈다. 밝은 원색을 파란 수영장 바닥을 그리고 물이 만들어 내는 하얀 선을 하나씩, 하나씩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은 단순한 선으로 그린 그의 그림은 현대 사회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와 혜택을 밝게 나타내고 있다.
그의 밝은 색상과 단순화된 물체의 형상은 언 듯 마티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더 이전의 세대임을 나타내듯 로맨틱하고 천진한 마티스에 비해 하크니의 그림은 현대 문명생활의 풍요한 속의 드라이함이 느껴진다.
현대미술의 한 특징인 드라이함은 이십세기 중반에 세계대전을 종결시키며 질풍같이 유행했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에서도 많이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뚜렷한 형체도 없이 오직 붓 자국이나 물감자국이 표현하는 속도와 화가의 손에 방향 실려진 힘, 등을 이용해 감성을 표현하려 했던 추상 표현주의에 대한 냉소적 도전이었던 것일까?
pop art는 그래서 사물의 형체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그것도 꽃이나 풍경이 아닌, 현대문명의 대표할 수 있는 일상의 물건들을.
대표적인 예가 앤디와홀의 캠벨숲 그림일 것이다. 그는 미국생활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캠벨슾을 사실적으로 그린 후 되풀이해서 연결시켜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내놓았다. 그는 또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마릴린 몬로 같은 유명한 여배우의 사진도 몇 개씩 똑같은 이미지를 나란히 부치기도 하고 자신의 사진도 역시 그런 스타일로 하나의 작품화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주변의 물건에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한 팝아트의 시각은 때론 유모러스 하기도 하고 때론 냉소적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것은 바로 현대인의 한 특징으로 볼 수 있지 않을는지.
날이 맑아 풍요한 한낮의 물 그림자는 하크니의 경쾌함을 상기시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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